미국 대통령에게 의회 예산안 일부 항목 거부권을 부여한 1996년의 일부조항거부법. 대법원은 2년 뒤 저 법을 위헌 판결했다.

1998년 6월 25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에게 법률안의 조항 일부를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 있게 한 ‘일부 조항 거부법 Line Item Veto Act(1996)’을 위헌 판결했다. 당시 대통령은 민주당 빌 클린턴이었고, 애초에 저 법안을 발의한 것은 공화당 상원의 존 매케인(애리조나)과 대니얼 코트(인디애나) 의원이었다.

미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법안(Bill)에 찬성 의사로 서명(sign)해 법률(Act)로 공표하거나, 이의서(objections)를 첨부해 의회로 환송할 수 있다. 즉 대통령은 법안 전체에 대해서만 찬성ㆍ반대의 입법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대통령이나 행정부 입장에서 온전히 흡족한 법안은 있을 순 없다. 정치적 이견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개중에는 행정부가 간절히 원하는 법안을 상정하면서 의회가 모종의 거래를 통해 이권에 관련된 ‘불순물’같은 조항을 끼워 넣는 예도 적지 않았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과 1995년 빌 클린턴이 각각 연두 교서를 통해 의회에 대통령 일부 조항 거부권을 요청한 명분도 그런 거였다. 특히 클린턴은 누적된 재정적자 해소에 골머리를 썩였고, 거기 원죄의식을 느낀 공화당 의원들이 세입ㆍ세출 등 재정문제에 한해 대통령의 일부조항 거부권을 인정한 게 96년의 저 법이었다. 클린턴은 저 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11개 법안의 82개 항목을 거부했고, 약 10억 달러의 재정 건전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클린턴은 97년 의회 예산안 중 3개 항목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욕주 메디케이드(빈곤층 의료보장) 2억 달러 예산 항목, 텍사스 주의 농업공장 매각 수익금 과세 유예, 금융사 해외 이자 수익 과세 유예였다.

뉴욕 시는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지방법원은 98년 2월 줄리아니 당시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대통령의 저 권한이 미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권한과 권력분립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고, 항소법원과 대법원도 거기 동조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아직 ‘서명지침(signing statement)’, 즉 법안에 서명하며 특정 조항에 대해 의견을 달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법 조항 일부를 행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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