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폼페이오, 이르면 이번주 개시할 듯 비핵화-체제보장 로드맵 도출 시도 가능성 韓美 연합훈련 중단ㆍ北 ’미래핵’ 동결 유력 美 불가역적 체제보장이 비핵화 속도 관건 “시간표 없는 단계 행동은 과거 답습” 우려도
강경화(사진 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이번 주 중 개시될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에서는 단계별 교환 대상과 시한 등 향후 비핵화 및 체제안전 보장 교환 프로세스 전반의 일괄 타결이 다시 시도될 전망이다. 기정사실화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해, 양측이 이행할 초기 단계 조치들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17일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곧장 한국ㆍ중국에 들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막 귀국한 만큼 일단 주초엔 미 정부 내부 입장 정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겠지만 북미 당국자가 다시 마주앉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개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당장 양측이 할 일은 북미 정상회담 때 불발된 향후 비핵화(북한) 및 체제 보장(미국) 등가(等價) 교환 로드맵 합의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최종 문서(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모든 게 담기진 않았다”며 “이해에 도달한 다른 많은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이런 암묵적 합의를 공식화하고 구체적 이행 계획으로 만드는 게 양측의 선결 과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괄 타결로 상호 교환 목록과 단계별 시한을 확정한 뒤 (북한의) 신고와 (미국의) 검증 절차를 밟는 수순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드맵 타결 전 양측이 먼저 실행할 신뢰 구축 조치로는 한미의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미래 핵’ 동결이 유력하다. 현재 한미는 일부 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무슨 훈련을 포함시킬지 등을 논의 중이다. 중지 대상으로는 8월 실시가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매년 상반기에 진행되는 키리졸브(KR), 독수리(FE) 등 전면전 가정 대규모 훈련 3가지가 우선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인 ‘쌍용’ 등이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조만간 입장 발표를 할 수 있을 듯하다’는 15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 언급으로 미뤄 이르면 금주 내 한미 국방부 공동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미의 중단 선언이 이뤄질 경우 당초 훈련 예정 시기인 8월 전까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엔진 시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로켓 엔진 시험 시설 폐기로 화답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추측이다.

타협이 이뤄진 뒤에는 단계별 주고 받기가 본격화할 듯하다. 순항의 관건은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 방안이 얼마나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느냐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미 의회 비준을 거쳐 조약화가 가능한 불가역적 체제 보장 방안이 빨리 제공될수록 비핵화 조치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 간 연락사무소 교환 등도 단계별로 활용될 수 있는 비핵화 견인 수단이다.

이에 부응해 북한이 비교적 앞 단계에 실천할 개연성이 있는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과 핵 프로그램 신고 등이 꼽힌다. 체제 보장 방안이 흡족할 경우 핵탄두ㆍ핵물질ㆍICBM 등 핵 무력 핵심 일부를 조기에 반출해 폐기하는 ‘프런트 로딩’에 북한이 합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초기 이행 조치 합의 과정에서 북미 간 신경전도 예상된다. 핵 동결과 신고, 검증, 핵 시설 폐기, 핵 물질ㆍ무기 폐기 등 단계별 별도 합의서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게 북한이 누차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과거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이다. 그러나 ‘보유 핵’부터 내놓는 식으로 과감하고 압축적으로 비핵화가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미국은 강조해 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큰 그림과 목표, 시간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절적으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과거 북한의 ‘보여주기 식 쇼’의 답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신속한 비핵화에 응할 의향이 있는지를 미국이 후속 협상을 통해 재차 확인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첫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완료하려는 미측이 앞으로 한 달 내에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등 폐기 대상의 목록 작성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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