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아도코끼리 국립공원 90%가 상아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상아 없는 코끼리가 그들의 미래일지 모르겠다.”

아프리카에서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보는 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상아 없는 코끼리가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밀렵에 따른 자연도태, 유전적 요인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도코끼리국립공원에 있는 암컷 코끼리 300여 마리 가운데 90% 이상은 상아가 없다. 성별을 떠나 원래 대부분 코끼리가 상아를 갖고 있는 걸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상아 없는 코끼리 비율의 증가는 아도코끼리국립공원 밖에서도 진행 중이다. 코끼리 연구ㆍ보호 단체인 ‘코끼리의 목소리’의 조이스 풀 박사는 “모잠비크의 고롱고사국립공원의 경우 다 큰 암컷은 53%가, 새끼 암컷은 35%가 상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NYT는 “최근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서도 상아 없는 암컷 수가 증가하는 일이 관찰되고 있다”며 “특히 암컷에게서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상아 없는 코끼리가 급증한 이유로는 밀렵에 따른 자연도태(가장 적합한 것만 살아 남는 진화과정)가 거론된다. 조이스 풀 박사는 “밀렵꾼들이 상아가 있는 코끼리는 죽이고 없는 건 살려 놓다 보니, 코끼리가 상아 없는 자식을 더 많이 낳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잠비크 고롱고사국립공원의 경우 1970~90년대 내전 당시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이 성행하면서 상아 있는 코끼리의 대부분이 학살 당했다. 상아는 코끼리에게 먹이를 찾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따라서 아프리카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코끼리라는 종(種)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원래 소중했던 것을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물론 반론도 나온다. 코끼리 종의 의도적인 진화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에 따른 우연한 단순 진화라는 주장이다. 코끼리 연구가인 애나 M 화이트하우스는 “1931년 아도코끼리국립공원이 설립된 이후 상아 없는 코끼리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며 “이는 모두 초기에 남아있던 11마리의 후손들”이라고 말했다. 과거 어느 순간 우연적으로 발생한 상아 없는 코끼리 수의 증가로 ‘유전적 변동(genetic drift)’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얘기다. ‘유전적 변동’은 다수 무리와 격리된 특정 소집단에서 도태와 관계 없이 유전자가 집단적으로 없어지거나 고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자연도태와 함께 진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지 관계자들도 최근 상아를 얻기 위한 코끼리 밀렵이 크게 줄어든 만큼 ‘유전적 변동’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아도코끼리국립공원 관계자는 “최근 공원에서 밀렵이 감지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고, 남아공 크루거국립공원 관계자도 “밀렵을 막기 위해 80명의 전문 인력이 첨단 기계를 사용해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도코끼리국립공원의 관리자인 존 아덴도르프는 “상아가 없어도 코끼리 생존력에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상아 없는 암컷이 100년 넘게 산 적도 있다”며 “과거보다 개체 수가 증가해 잘 보존되고 있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도코끼리국립공원은 1931년 멸종 위기 상태의 코끼리 11마리를 지키기 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현재는 600마리가 넘는 코끼리의 보금자리로 자리 잡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