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보수하라] <1> 한국 보수엔 3가지가 없다

친박 청산 내세우고 친박 공천 등 국민과 단절된 채 시대흐름 역행 시민사회 연대 등 외연 확장 않고 입맛 안맞는 언론과는 매번 충돌 “콘크리트 우파 30% 존재 입증” 표심마저 외면, 보수 한계 명확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콘크리트 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 더 이상 이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뒷문 열어놓고 집 나간 토끼만 잡으러 쫓아다녔다.”(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이 6ㆍ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수습책 마련을 위해 소집한 비상의원총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한국당이 왜 이토록 처참하게 패배했는지, 그러면서도 도무지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매서운 표심이 채찍을 들고 엄중히 꾸짖는데도 몸을 낮춰 민심을 받들고 겸허히 소통의 창을 열 생각은 전혀 없다. 오로지 ‘집토끼’를 지키는 데 안주하며 텃밭인 영남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보수정당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선거에 앞서 한국당이 고심 끝에 선택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는 국민과 단절된 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반영한다.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모두 탄핵이라는 국민적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비호했던 전력이 있다. ‘친박 청산’을 앞세우며 당 대표에 취임해 놓고선 ‘도로 친박당’ 공천을 한 홍준표 전 대표의 일방통행식 선거전략은 유권자의 짜증만 키웠다. 그러면서도 “바닥민심은 다르다”고 우기니,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어야 할 지방선거가 야당 심판 선거로 흘러버리고 말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7일 “정부여당은 평화 이슈를 앞세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반면, 한국당은 시대흐름에 역행한 탓에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보수정당은 위기 상황에서 사상적 기반을 정비하고 외곽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입지를 다지며 세를 넓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 뉴라이트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없던 건 아니지만, 여의도의 구태한 보수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스스로 문을 걸어 닫으면서 새로운 보수를 원하는 민심의 요구를 외면했다. 그 결과 보수의 텃밭인 부산ㆍ울산ㆍ경남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고, 심지어 대구에서도 임대윤 민주당 시장 후보가 39.7% 득표율로 턱밑까지 쫓아왔다. 보수 계열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지낸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홍준표 체제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보수는 수구를 넘어 퇴행해왔다”며 “보수의 가치를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내부 권력 투쟁에 매몰돼 혁신을 게을리했다”고 혹평했다.

대국민 소통채널인 언론과의 소통도 부족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부터 1년 내내 사사건건 언론과 대립하며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입맛에 맞지 않은 특정 방송사의 간판 뉴스를 싹 없애버리겠다는 선전포고성 발언은 물론이고, 당 대표 취임 이후에는 특정 언론사의 당사 출입을 일방적으로 금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민심을 전달하고 반영하는 기본 창구가 언론인데, 자신들에 대한 반성 없이 애꿎은 언론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 내부의 불통마저 심화되고,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당을 좌우하는 적폐도 날로 커졌다. 당내 민주주의의 미흡, 제왕적 대표 권한 등은 박근혜정부 시절 새누리당에서도 줄곧 제기된 문제였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도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6ㆍ13 지방선거 막판 후보들이 홍 전 대표가 나서는 지원유세를 일제히 거부한 사건은 보수정당 내부의 소통의 문제점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신호였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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