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당선자 인터뷰 동영상은 많이 불편했다. MBC 취재센터장이 밝혔듯이 질문은 양측이 약속한 대로 여배우 스캔들 내용이 아니었다. “굳이 스캔들 상대방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었지만 제기된 의혹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판단했다는 기자는 ‘앞으로 비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포용할지’를 물었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는 “잘 안 들리는데요”라고 말을 자른 뒤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해 버렸다. 그가 나중에 “조금 지나쳤다”고 사과하긴 했지만 오만한 정치인이라는 잔상이 오래 남았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당선자보다 더 가혹한 검증대에 오른 정치인도 없을 것이다. 경쟁 후보 캠프에서 ‘욕설파일’과 여배우 스캔들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때만해도 구태의연한 네거티브로 보였다. 하지만 스캔들 당사자인 김부선씨가 직접 입을 열고 난 뒤 이 당선자의 대응방식은 석연치 않았다. 그는 여배우의 주장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했고 사건에 연루됐다는 어떤 기자는 “진실을 모른다가 진실”이라며 입을 닫았다. 2016년 김부선씨의 공격을 받자 “마약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맞받아쳤던 그의 기백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여배우 스캔들은 선거 막판 최고조에 달했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도리어 캠프 핵심 관계자는 투표 직전 20%포인트 차이의 낙승을 자신했다. 실제 이 당선자는 그 정도 표차로 2위를 따돌렸다. 막판 공세로 역전을 기대했던 경쟁 후보 측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을 것이다. 여기에 정치인 출신 작가 유시민씨가 그럴 듯한 해명을 제시했다. “제대로 찍은 이재명 표의 경우에도 그걸 이재명 후보의 말을 다 믿어서라기보다는 '그래, 찍어는 준다. 그런데 너 여기까지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찍은 유권자가 많을 것이다."

▦ 어쩌면 조만간 법정에서 스캔들의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다. 이 당선자가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선거 이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권자의 선택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정치인이 이상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업적을 남긴 정치인이 적지 않다. 이 당선자 또한 숱한 도덕성 논란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그걸 결정적 결격사유로 보지 않았다. 부디 성공한 도지사로 유권자의 배려에 보답하기 바란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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