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강행 中 “동일 규모ㆍ강도 관세”… 무더기 반덤핑 예비판정 추가협상서 접점 찾을지 주목…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도
지난해 11월 9일 방중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개전 초기부터 불을 뿜고 있다.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이 25% 추가 관세를 강행키로 하자마자 중국도 즉각 보복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잠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던 양국의 무역 분쟁이 결국 정면 대결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요오드화수소산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려 오는 23일부터 시행한다고 공고했다. 상무부는 “미국과 일본산 요오드화수소산은 중국의 관련 산업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이들 제품에 대해 보증금 납부 형식의 임시 반덤핑 조처를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산 요오드화수소산 수입업자는 덤핑 마진에 따라 41.1~118.8%까지 보증금을 내야 한다. 아울러 상무부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태국산 수입 에탄올아민에 대해서도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도 중국의 반덤핑 예비판정 대상국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사실상 미국을 타깃으로 삼은 공격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취한 반격은 이뿐이 아니다. 이에 앞서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오전 2시(현지시간) 미국과 동등한 규모ㆍ강도의 보복 조치에 나섰다면서 “국무원 비준을 거쳐 5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가운데 농산품과 자동차, 수산물 등 340억달러 규모 545개 품목에 7월 6일부터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며 “나머지 미국산 제품 114개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일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양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조치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전포고 성명’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5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단계 818개, 2단계 284개 등 총 1,102개 품목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됐는데, 항공우주와 정보통신, 로봇 공학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따라 집중 육성되는 분야들로, 중국의 ‘기술 굴기(堀起)’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1단계 818개 품목(34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는 다음달 6일부터 부과되며, 2단계 284개 품목에 대해선 추가 검토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이처럼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조만간 해결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이번 ‘관세 폭탄’ 부과가 지난 3차례의 협상에서 미진했던 부분, 특히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모두 수용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압박 카드’ 성격이 짙기 때문에 결국에는 향후 추가 협상으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중국 상무부가 “미국이 국제의무를 위반하고 중국에 비상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뒤집어 보면 결국 미국과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으며, 중국이 먼저 전선을 확대하지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압박을 계속 해야 중국한테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최후에는 관세 부과 실행을 미루면서 중국에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거나, 현재 상황만으로도 미국 경제에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메리 러블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더 이상 긴장 완화를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관세 전쟁을 벌이면 가격인상이 초래되고 결국 소비자의 부채로 돌아간다”며 “역사적으로 이런 것들이 경제 둔화의 요소들”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당장 미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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