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미래엔의 전신인 `대한교과서주식회사`가 한국전쟁 시기 발간한 교과서. 미래엔 제공
독립운동가 김기오 선생이 초석
대한교과서주식회사가 전신
한국전쟁 중에도 교과서 보급
검ㆍ인정 체제 위기 뚫고 재도약

1948년 문을 연 ‘미래엔’은 교과서 출판 전문기업이다. ‘교과서는 길잡이다. 정의롭고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창업 초심을 지키며 변화와 혁신으로 기업을 유지해 오고 있어, 지난 5월 중견기업 가운데 첫 번째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래엔의 뿌리는 독립운동가 우석 김기오 선생이 다졌다. 그는 일제 식민 굴욕이 못 배운 탓,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해방 직후부터 교육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1948년 초 우석 선생은 ‘교육입국(敎育立國)’ ‘실업교육(實業敎育)’ ‘출판보국(出版保國)’의 창업정신을 앞세워 교과서 출판 사업에 뛰어든다. 당시 정부에서 회사 창립을 승인했고, 10명의 창립 준비위원도 모였다. 문제는 8,000만원에 달하는 자본금 마련이었다. 창립 준비위원들이 절반을 마련했지만 나머지는 구하지 못했다. 우석은 일반 국민에게 주식을 발행하고 그 돈으로 회사를 세우려 했다. 우리나라 최초 국민 대상 주식 공모사례다. 주식 공모로 127명의 주식 인수자가 나왔고 마침내 그해 9월 미래엔의 전신인 ‘대한교과서주식회사’가 탄생했다.

대한교과서주식회사는 교과서 편찬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를 대신해 민간 차원에서 교과서를 발행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이후에도 부산에 임시사무소를 열고 교과서를 보급했다. 군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서울 종로구 효제동 공장의 인쇄 기계를 트럭과 마차, 손수레로 직접 실어 나르기도 했다.

미래엔 서울 본사

우석 선생의 뒤를 이어 회사를 책임진 사람은 그의 양아들 고(故) 김광수 명예회장이다. 그는 1961년부터 50여 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미래엔을 우리나라 대표 교육출판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아동 전문 출판 브랜드 ‘아이세움’, 유ㆍ아동 전문 시설 교육 브랜드 ‘미래엔 에듀케어’ 등으로 교육 사업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도 김 회장이다. 미래엔은 이후 전북도시가스, 미래엔 서해에너지를 설립하면서 에너지 사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2013년에는 그룹사 매출이 1조원의 벽도 넘어섰다.

김 회장은 부친인 우석 선생의 유지를 기려 사회 공헌 사업에도 힘썼다. 1962년 설립된 ‘우석장학회’는 1973년 김 회장의 호를 딴 ‘목정장학회’로 이어졌다. 장학회는 50여 년 넘게 4,0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했다. 2003년에는 김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교과서박물관’을 개관했다. 우리나라 교육 문화 발전사를 널리 알리고, 교육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2006년 중ㆍ고교 교과서 검ㆍ인정 체제가 도입되면서 미래엔에도 위기가 닥쳤다. 45%가 넘던 시장 점유율은 2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김 명예회장의 손자인 김영진 현 대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김 대표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2010년 취임 첫해부터 매출은 매년 15%씩 성장했다.

2012년에는 2013~2015학년도 중ㆍ고교 검인정 교과서 발행자 선정 심사에 열다섯 과목을 출원해 모두 합격했고, 2016년에는 2017~2019학년도 초등 국어 및 특수과목 국정 교과서 발행사로 선정됐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미래엔’의 도전은 계속된다. 매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교과서 시범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IT 기반 스마트 교육에도 앞장설 방침이다.

김영진 대표는 “‘모든 사업은 국익을 위한다’는 선대의 뜻을 이어,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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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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