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눈 뜨자마자, 잠자기 전, 반드시 소파에 가서 ‘긁긁’

입력
2018.06.16 09:00
0 0
짙은 회색 프렌치 소파를 사서 옆면에 러너를 덮어 두었습니다. 최고요 제공
짙은 회색 프렌치 소파를 사서 옆면에 러너를 덮어 두었습니다. 최고요 제공

부모님 댁에는 황금빛 노란 줄무늬가 온몸을 가득 채운, 눈이 축 처진 황금동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황금동에게는 마찬가지로 축 처진 둥근 눈에 팔다리가 조금 짧은 삼색 고양이 후추라는 누나가 있죠. 각각 두 살, 세 살인 사랑 받는 집고양이들입니다.

고양이들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소파입니다. 부들부들한 벨벳 원단에 적당한 조직감, 그곳에 손톱을 꽂아 넣고 리드미컬하게 몇 번 긁어대는 모습에서 발끝부터 행복감이 전해집니다. 매 식사 후에는 물론이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리고 잠자기 전, 반드시 소파에 가서 잠깐씩이라도 ‘긁긁’을 해야만 합니다.

황금동과 후추가 사랑하는 소파는 2000년 초반에 유행했던 초록색 벨벳 소파입니다. 등 부분에 그랜드 피아노 같은 곡선이 있고 움푹 움푹 싸개단추가 박혀 있는 그 소파는, 한때 세 가족의 사랑을 받던 소파였습니다만, 지금은 소파 안쪽의 누런 스펀지가 다 드러난 앙상한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딘가에 발톱을 긁어 다듬는 것이 고양이의 습성인지라 전용 스크래처도 구비해두었지만 후추 남매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역시 소파입니다. 오늘도 황금동과 후추는 벨벳소파를 거대한 실뭉치로 만드는 작업에 열심입니다.

부모님 댁 고양이들의 소파 사랑을 알기에 작년에 저희 집을 이사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소파를 놓느냐 마느냐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저는 그전까지는 원룸, 혹은 거실이 작은 투룸에 살았기에 소파 놓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거실이 제법 널찍해 보이는 이 빌라에는 어쩐지 소파가 꼭 있어야만 할 것 같았던 거죠. 결국 두 고양이에게는 작은 스크래처를 여러 개 사주고 소파를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커버를 바꾸어 세탁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짙은 회색 프렌치 소파를요.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스크래처를 애용하지만 제가 잠시만 한눈을 팔면 소파로 다가가 옆면을 벅벅 긁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애교를 피우며 소파를 긁기에 화를 내기에도 애매합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소파 옆 부분, 주로 긁히는 부분에 면 소재의 러너를 덮어두고 고양이들이 몸을 세워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스크래처를 근처에 두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소파를 긁는 일이 한결 줄어들긴 했습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소파의 안락함과 분위기, 고양이들의 행복을 모두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부모님께서 이사를 하며 소파 걱정을 하시기에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가 긁지 않는 신소재 소파가 출시되고 있었습니다. 오염물질에도 강한 소재라 털도 잘 붙지 않고 청소도 쉽다고 합니다. 부모님께는 패브릭 소파 대신 평상형 소파를 추천해드렸습니다.

공간디렉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