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성급 회담 진통

8월 을지훈련 중단 염두에 둔 듯 “다시는 이렇게 회담 말자” 불만도 北 “정신은 소나무, 속도는 만리마” 南 “줄탁동시…” 덕담 오가다 급랭
김도균 남쪽 수석대표(왼쪽)와 안익산 북쪽 수석대표가 1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남북이 14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제8차 남북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북측은 특히 이날 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은 이날 회담을 통해 동ㆍ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히 복구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회담은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회담 종료 뒤 북측은 “다시는 이렇게 회담하지 말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방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북측은 “상호 간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단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키로 합의한 뒤 남측에 대해서도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남측은 “남북 간 상호 신뢰구축을 통해 그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훈련 중단 문제는 한미 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북측은 어떤 훈련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당장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중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양측은 한편 이날 회담 종료 뒤 공동보도문을 통해 “쌍방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은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논의된 서해 상에서의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특히 단절된 동ㆍ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하는 문제에 대해 상호 합의했다.

다만 남북은 이날 회담이 최근 남북 간 해빙 무드를 타고 순조로울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화기애애 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이날 오전 10시 열린 전체회의에서 사자성어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언급하며 “밖에서는 어미 닭이 껍데기를 쪼아주려는 노력, 안에선 병아리가 깨고 나가려는 노력이 합치될 때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남북이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충분히 맺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우리의 소장)은 “정신은 소나무 정신으로, 속도는 만리마 속도로, 원칙은 역지사지의 원칙으로 하자”며 회담장 분위기를 띄웠다. 안 중장은 특히 김 소장에게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모처에 심은 소나무 사진을 보여 주며 유화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 10시간 뒤인 오후 8시 30분쯤 북측의 안 중장은 회담 종결 발언문을 통해 “쌍방 간 일련의 입장 차이도 있었다”며 이견이 있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남측 김 소장이 “회담이 길어졌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하자 안 중장은 “다시는 이렇게 회담하지 맙시다”며 불쾌해 했다.

이날 회담에서 남측은 군사회담 정례화를 비롯해 특히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식 때 언급한 비무장지대(DMZ) 내 6ㆍ25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 사업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양측 간 의견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측 이 소장은 종결 발언에서“당면한 어려움이 있다면 수시로 만나야 한다”며 “6~7월 중 장성급회담 또는 군사 실무회담을 개최해 심화된 성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는 남측에서 김 소장 외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육군 대령), 안상민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해군 대령), 황정주 통일부 회담 1과장, 박승기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참석했다. 북측은 안 중장을 비롯해 엄창남 육군 대좌(남측의 대령), 김동일 육군 대좌, 오명철 해군 대좌, 김광협 육군 중좌(남측의 중령)가 나왔다.

판문점=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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