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박 前대통령 탄핵 이후 개혁 요구하는 민심 끝내 외면 탄핵 반대 인사들 후보로 내고 여론조사 결과도 “왜곡” 호도 홍준표 대표 사퇴는 시작일 뿐 “당 해산 수준 환골탈태” 목소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입장을 밝힌 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6ㆍ13 지방선거 및 재보선에서 민심은 철저하게 자유한국당을 외면했다. 한국당이 내심 기대했던 현 정부에 비판적인 바닥 민심까지 등을 돌릴 정도로 한국당 거부 메시지는 명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심판을 내린 민심에 ‘면종복배’(面從腹背) 한 한국당의 자충수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진단이다. 당장 탄핵 이후 빗발쳤던 개혁 요구를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하지만 1년 6개월 이상 ‘지체된 개혁’은 이를 추진할 동력까지 상실한 상황이라, 과연 제대로 된 방향키라도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당의 현실은 14일 최종집계 된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광역단체장 선거만 따지면 113석의 원내 2당이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2개만 얻어 대구ㆍ경북(TK) 당으로 쪼그라들었다. 20년 넘게 지켜 온 아성 부산ㆍ경남(PK)은 물론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에서도 민주당의 공세에 하릴없이 무너져 내렸다.

현실을 외면했던 외눈박이 지도부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그간의 행보를 반추하면 한국당의 붕괴는 필연적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온 공천부터 그랬다. 한국당은 연초부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전략지역에 홍정욱 전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 활용 가능한 보수 진영 인사들에 잇따라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제안을 받은 인사마다 족족 한국당 후보로 나서기를 거부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들이 당을 외면하는 이유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원인을 파고들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착잡해 했다.

마지못해 대안으로 내세운 카드는 민심이 한국당에 요구한 대안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당장 서울시장과 충남지사 후보로 내세운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이인제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한 인사들이었다. 민심을 따른다면서, ‘친박 청산’을 대표 취임 이후 제1의 업적으로 내세운 홍준표 대표 스스로 민심에 역행하는 선택지를 집어 든 것이다. 그리고 실제 김문수 전 지사의 극우 행보가 선거전에서도 이어지자, 당 내부에서조차 “대한애국당 후보인지 한국당 후보인지 구별이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의 민심은 촛불시민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며 “그런데 한국당이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동반자들의 인적 청산을 전혀 하지 못하고 책임지기를 거부하자 주권자들이 표로 물러나게 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 극우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대안 없는 비난으로 일관한 것도 한국당의 몰락을 재촉했다는 평가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한국당이 생각하는 보수와 달리 지금 사회 저변의 합리적 보수는 이제 대안과 정책 중심의 사고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런 시대 흐름을 외면한 채 반공 이데올로기로 일관한 세력을 누가 인정하려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귀를 닫아걸고 자신들이 듣고 싶은 잣대로만 선거를 치르려 했던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유독 외부의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특정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방법에 반박하는 브리핑까지 하면서,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주장을 선거 직전까지도 밀어붙였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한국당이 왜곡됐다고 주장한 여론조사와 거의 일치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은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비판하는 언론기사를 골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고, 심지어 특정 언론의 당 출입을 금지하는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을 노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한국당이 연명하기까지 “지난 대선이 독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핵 직후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보수 진영 내부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명만 바꾼 채 대선에서 강경 보수 홍준표 후보를 얼굴로 내밀어 24%의 득표율을 받은 데 취한 것이 지금의 한국당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홍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지만, 당 내부의 동요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의원직 총사퇴나 정당해산 수준의 환골탈태가 요구되지만, 지금의 인적 구성으로는 그런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이를 이끌어 갈 리더십이 전무하다는 점도 당의 미래뿐 아니라 보수 진영 전반의 우려를 키운다. 김윤철 교수는 “한국당은 결국 불평등과 차별 해소 등 시대적 요구에 적극 나서면서 진정한 혁신을 이뤄 정통보수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길은 놓여 있는데 구심이 되는 인물이 지금으로선 부재해 보수 재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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