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고깃집 운영하는 박용식씨 2010월드컵부터 4명에 여행 후원 틈틈이 지역 대학에 장학금도 기부 “축구 남북단일팀 응원이 꿈입니다”
15일 자신이 후원하는 보육원생을 데리고 2018 러시아월드컵 원정 응원을 떠나는 박용식씨.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 경기 때마다 얼굴 전체에 태극무늬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나타나 축구팬들 사이에서 ‘태극기 응원맨’으로 잘 알려진 박용식(55)씨. 그가 2018러시아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15일 출국한다.

이번 원정엔 평소 자신이 후원하던, 대전의 한 보육원서 생활하는 19세 고교생도 동행한다. 축구와 여행을 좋아하지만 해외여행을 꿈꾸기 어려웠던 학생에게 박씨가 사재를 털어 월드컵 관전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렇게 박씨가 월드컵 원정 응원비용을 후원한 보육원 학생은 2010남아공월드컵 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모두 4명이다.

출국을 하루 앞둔 14일 박씨는 “나도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보육원 친구들이 축구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더 큰 꿈을 품길 바라는 마음에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1994년 미국 대회부터 2006년 독일대회까지 빠지지 않고 월드컵 현장을 찾았지만, 남아공대회 때는 고교생 두 명의 원정을 지원하느라 정작 나는 못 갔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만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씨가 소외계층 학생을 도운 건 약 30년 전부터다. 그는 “자신도 부족한 삶을 살지만, 남을 돕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어머니 영향이 컸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를 여읜 뒤 가난하게 살았던 터라 금전적 여유는 없었지만, 어머니는 더 어려운 이웃에 선뜻 음식을 나눠주거나 일손을 도왔다고 한다. 고마워하는 이웃을 보며 자연히 박씨도 ‘돕는 기쁨’에 눈을 떴다. 그는 “생계를 위해 중학생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지만, 여윳돈이 생기면 꼭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대회까지 총 55차례 해외 원정 응원을 다녀왔다는 그는 “지금까지 3억원이 넘는 돈을 썼지만, 축구를 통해 얻은 활력은 고된 장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미국월드컵 응원을 다녀온 뒤 ‘꿈을 크게 갖자’고 마음먹고는 각종 식당과 카페 등을 운영하다 쓰디쓴 실패의 맛을 보기도 했지만, 이를 경험 삼아 12년 전 문을 연 고깃집은 성공했다. 그때부턴 한 달에 한번 보육원생들을 초대하거나 직접 음식을 싸 들고 가는 등 후원을 늘렸고, 수익이 예상보다 클 때면 지역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하거나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과 결연을 맺어 남몰래 후원해 왔다. 2014년엔 그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씨에겐 세 가지 꿈이 있다. 가족의 건강, 기부의 선순환, 그리고 남북 단일팀 응원이다. 그는 “남아공월드컵에 동행한 보육원 학생들이 어느덧 성인이 돼 보육원 후배들에게 후원금을 냈다는 소식에 ‘내가 잘 도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8월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무대에서 남북 단일팀이 꾸려진다면 원 없이 소리질러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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