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신고ㆍ사찰ㆍ폐기ㆍ확인 체제보장은 갈등해소ㆍ종전선언 뒤 연락사무소 설치ㆍ수교 순서 될 듯 9월께 양국 정상 2차 회담 땐 합의 3개월 중간평가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나 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미가 12일 정상회담에서 ’체제 보장’과 ‘완전한 비핵화’를 주고받는 포괄적 합의를 이루면서 양국이 어떤 ‘시간표’에 따라 합의 내용을 이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비록 양국 정상회담에선 합의 이행 일정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일차적으로 9월 종전선언, 12월까지 비핵화 조치 시동이란 ‘3+3개월 로드맵’이 설정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6개월이 북미 합의 실현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고비가 될 것이란 의미다.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및 체제 보장 이행을 위한 기본적 시간표에만 합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수뇌(정상)분들께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단계적 실행안의 존재를 시사했다. 미국 측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 직전인 지난 9일 “두 정상이 비핵화 시간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다음주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급 인사를 대표로 협상단을 꾸려 구체적 이행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 양국은 비핵화와 체제 보장의 이행 단계를 각각 설정하고 각자 ‘의무’를 동시 수행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의 경우 ‘북한의 핵무기ㆍ핵시설 신고→미국 및 국제기구의 사찰→핵 폐기→확인 및 감시’, 체제 보장은 ‘군사적 갈등 해소→6ㆍ25전쟁 종전선언(평화협정)→연락사무소 설치→북미 수교’ 등의 단계를 밟아 진전될 전망이다. 양국이 정상 간 합의된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를 시작으로 로드맵 이행에 첫발을 디뎠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이행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포인트로 지목되는 일정은 북미 정상의 2차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적절한 시점에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재회동 시점을 두고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 한국석좌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유엔 총회(18일 시작) 참석에 맞춰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의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 노력을 중간 평가해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을 경우 종전선언 등 그에 상응하는 체제 보장 조치를 취할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에 맞춰 북한과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한 뒤 9월에는 한국, 중국도 참석한 가운데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연말은 또 한 번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자국 내 핵무기 및 핵시설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미국 및 국제기구의 본격적 사찰ㆍ검증을 받을 채비를 마칠 때까지 대략 6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에 정치적 명운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점도 미국 정부가 연내 북한 비핵화에 가시적 성과 도출을 서두를 근거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에 투명한 핵 정보 공개와 더불어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 수용 등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연락사무소 설치 등 한 단계 진전된 체제 보장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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