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장 이모저모

휴대폰 촬영하다 무효 처리 항의 투표용지 가지고 달아나기도 “미리 도장이” “QR코드가 찍혀” 유권자 억지 주장으로 실랑이 선거결과 맞히는 도박도 적발 MB, 구치소서 우편으로 투표
지방선거일인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방선거일인 13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선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찢다가 적발되는 등 소동이 잇따랐다. 경남 산청에선 50대 여성이 투표 직전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사고도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3분쯤 경기 고양시 백석2동 제1투표소(백신고)에서 유권자 A씨가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다 발각되자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넘겨졌다. A씨는 선거사무원이 자신의 투표용지를 무효 처리하자 불만을 품고 투표함을 주먹으로 치는 등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시15분쯤 충남 서산시 인지면 제3투표소(차동초등학교)에서도 기표소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찰칵’ 소리를 내며 투표용지를 촬영하던 B(58)씨가 적발돼 소중한 투표 기회를 잃었다. 부산 동구 범일동 한 투표소에선 50대 남성이 “우리나라에는 당이 두 개밖에 없느냐”라며 비례대표 투표용지 두 장을 찢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공직선거법 256조에 따르면,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용지 훼손의 경우는 같은 법 244조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유권자들이 투표 도중 갑자기 달아나거나 사라져 투표소가 술렁인 일도 있었다.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제5투표소(도곡초)에선 교육감선거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나가려던 유권자 C씨가 사무원의 제지를 받자 “내 맘이야”라고 소리친 뒤 용지를 찢고 도주했다. 경기 수원시 서둔동 제3투표소(서호초)에서는 1차 투표를 마친 D씨가 ▦지역구 광역ㆍ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ㆍ기초의원을 뽑는 2차 투표를 거부하고 투표소를 빠져나가 한동안 투표가 중단됐다.

유권자들의 억지 주장이나 착각으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8시쯤 부산 강서구 녹산동 소재 투표소에서 70대 남성이 “투표용지에 누군가 도장을 찍어뒀다”고 주장하다가 투표도 못한 채 귀가했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에 미리 도장이 찍힌 사실은 없었으며, 그 남성이 기표를 하다가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 동래구 온천동 소재 투표소에선 “투표용지에 QR코드가 찍혀있다”는 얘기가 나와 잠시 혼란이 있었으나, 확인 결과 투표용지에 찍힌 선관위 관인이었다. 오전 10시4분쯤엔 울산 중구 한 투표소에서 70대 남성이 전직 대통령 두 명을 비난하며 큰소리를 지르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자 고성을 멈춘 뒤 투표에 참여했다.

오후 1시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제1투표소(산청군청소년수련관)에선 박모(57)씨가 투표용지를 받기 전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대에 실려갔으나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는 현장 목격자와 박씨 가족을 상대로 사고 당시 상황 및 평소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등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경찰은 선거 결과를 두고 돈을 거는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이트는 일부 광역단체장 선거에 돈을 걸어 결과를 맞히면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행위자도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거소 투표로 한 표를 행사한 반면, 같은 처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소 투표란 직접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가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제도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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