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협TF 매주 회의 열어 롯데, 러ㆍ中 아울러 북방TF 구성 KT, 통신서비스 준비에 만반
)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기업들의 대북사업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길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무한 잠재력을 지닌 미개척 시장을 바라보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경제개발 관련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아, 기업들은 신중한 반응 속에 향후 진행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북사업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경협 선도기업’을 자처하는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북한으로부터 ▦전력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ㆍ묘향ㆍ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 사업 등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받아 낸 것을 비롯해 포괄적인 남북경협 우선권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8일 현정은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그룹 차원의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킨 뒤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열며 상황 변화를 주시해 왔다. 북미 회담이 열린 12일에도 TF는 종일 회담 내용을 챙겼다.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 현대아산도 별도 TF를 꾸리고 ▦8월 15일 전후로 예상되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ㆍ개성 관광 재개 대비 ▦개성공단 재개 대비 등 분야별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은 최근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을 아우르는 북방 지역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방 TF’를 구성했다. 롯데는 1995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해 북한 기업과 함께 평양 인근에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하려 했으나 정치 여건 변화로 무산된 바 있다. 롯데지주 임원은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그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KT가 지난 5월 ‘남북협력사업개발 TF’를 신설하고 남북 경제협력과 ICT 교류에 대비하고 있다. KT는 지난 2005년 KT 개성지사를 열며 남북 간 민간 통신망 700회선을 연결했고 10년간 개성공단에 직원들이 상주한 경험이 있다. 위성사업을 하는 KT SAT는 통신ㆍ방송망이 여의치 않은 북한 지역 내 위성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KT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재개되는 즉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개성공단에는 남북 간 광케이블 등 통신 인프라와 함께 북한 당국으로부터 50년간 임차한 1만㎡ 규모의 부지도 있어 언제라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상현실(VR), 홀로그램 기반 이산가족 화상 상봉도 준비 중인 계획 중 하나다.

#4대 기업도 계열사별로 준비 개성공단 학습효과로 신중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정부 간 기존 합의에 명시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업체들이 1차적인 수혜를 입을 거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과 고려시멘트 등 건설ㆍ토목 관련 업체들은 최근 ‘북한 수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해외 수주가 부진한데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북한이 신성장동력이 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그룹들도 계열사별로 북한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거 개성공단 폐쇄 등을 겪은 ‘학습효과’가 강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북미 회담 이후에도 북한 시장 개방이나 경제협력 여건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거란 기대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과감한 대북 투자는 아직 모험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