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운동 확산] 외모강박 탈출법

“살빠졌네” “예뻐” 칭찬도 금물 ‘아이돌 몸매’ 집착서 벗어나 “내 몸을 긍정하자” 캠페인도
더는 '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논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쓰지 말자.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중대사에 자유로이 쓰자. 외모 말고도 대화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사진=배우한 기자

“자신과 타인의 외모에 대해 노코멘트하는 1주일 살아보기 한 번 해보세요. 실제로 정말 힘들 거예요. 아마 그동안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주제로 대화해 왔는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될 정도로요.” (사회학자 오찬호씨)

한 개인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외모강박에서 탈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매일 특정 외모를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유포하는 미디어, 산업에 둘러싸인 채, 인식이 변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 당장 실천해도 좋을 노력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나와 주변의 행동, 인식을 변화시켜나가야 더 큰 담론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1주일 살아보기’는 2015~2016년 한국여성민우회가 시작한 캠페인으로 대표적인 외모지상주의 타파를 위한 실천운동이다. 오찬호씨는 거듭 “해보면 정말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흔히 ‘칭찬은 뭐 어때’라는 생각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 외모에 관한 대화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누가 날씬하게 살을 빼서 예뻐졌어도 언급하지 마세요. 아니 예뻐서 칭찬하는 게 도대체 무슨 문제냐고 하는데, 칭찬을 많이 할수록 꼭 그만큼의 반대 효과도 늘어납니다. 칭찬도 결국엔 기준을 설정하는 행위니까요. 그냥 애당초 기준과 상징을 덕지덕지 만들지 말자는 거죠.”

당장은 힘들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자기 몸 긍정’(Body Positive)도 해봄 직한 실천이다. 자기 몸 긍정은 지난해부터 미국 패션계의 ‘제 1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자기 몸 긍정주의의 대표 주자 격인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은 지난해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셀룰라이트를 공개하는가 하면 “나는 살을 빼거나 몸매를 바꾸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며 건강하고 에너지 있는 삶을 위해 운동한다"는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실천해야 할 자기 몸 긍정의 시작점은 ‘아이돌 몸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판타지에서 깨어나는 것, 그런 마네킹 몸매는 결코 보편적이거나 흔한 게 아니라 바나나 1개, 샐러드 등으로 하루를 버텨 만든 극단적 상태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쯤이 되겠다. 이와 관련 러네이 엥겔른 박사는 저서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웅진 지식하우스 발행)에서 “우리가 매일 끝도 없이 쏟아지는 완벽하고 비현실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에 파묻혀 있다”며 “(이런 몽타주가) 극단적인 아름다움이 실제보다 더 흔하다고 믿게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환상에 파묻혀 있지 말자는 얘기다.

그 밖에도 엥겔른 박사가 같은 책에 빼곡히 적어낸 충고는 ‘외모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피해야 할 일’의 목록 그 자체다. “이상화되고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담은 미디어를 멀리할 것. 마주친다면 최대한 관심을 두지 말 것. 자신을 미디어의 여성 이미지와 비교하지 말 것. 팻 토크(Fat Talkㆍ서로 자기 몸을 비하하는 대화)를 하지 말 것. 심지어 그 주변에도 있지 말 것. 다른 여성의 부정적인 보디토크를 부추기지 말 것. 다른 여성의 외모에 대해 말하지 말 것. 신체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옷을 입지 말 것. 외모 위주의 SNS에 중독되지 말 것. 딸에게 몸무게로 압박 주지 말 것.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273~274p) 부디, 하지 말자.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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