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성추문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길다. 정치인 사생활은 대중의 최고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불륜 스캔들이 지방선거 막판을 후끈 달군 이유다. 야당이 이재명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여서 불륜 스캔들의 진실은 선거 이후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사진은 여배우 김부선이 아파트 난방비 비리 실태를 고발하는 모습.

프랑스는 정치인의 ‘아랫도리’ 사생활에 관대한 나라다.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하듯 정치인 사생활도 보호돼야 한다고 믿는다. 드골만 빼고 역대 프랑스 대통령 모두 정부(情婦)를 두었지만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경우는 없었다. 정치인이 금욕적이든 난봉꾼이든, 정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심지어 주위에 여자가 많이 꼬이는 것도 ‘능력’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처럼 성의식이 개방적인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또한 잇단 불륜 스캔들에도 불구, ‘정력적인 총리’ 이미지로 인기를 누렸다.

▦ 청교도의 나라 미국은 정치인 사생활에 엄격한 편이다. 불륜 스캔들로 정치 생명이 끝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 부부에게선 행복한 결혼생활의 모범을 보고 싶어한다. 불륜으로 각방을 쓰는 상황이라도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아내 힐러리의 인내심이 결정적이었다. 힐러리는 남편의 불륜 스캔들이 터진 1주일 뒤 방송에 나와 “그를 믿는다”고 감쌌고, 클린턴이 스캔들을 인정한 뒤에도 가족이 화목하게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 인간은 애인이 곁을 떠나면 강렬한 질투심을 느끼는 존재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남성의 질투심은 공격적인 감정에 지배돼 헤어진 연인이나 새 남친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도 분노와 질투심에 치를 떨긴 마찬가지다. 남편의 불륜을 적극 옹호했던 힐러리조차 훗날 회고록에서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며 극심한 분노의 감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배신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여성이 자기를 버리고 떠난 남자나 그의 새 연인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의기소침해져 사회적 지지를 얻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불륜 스캔들은 지방선거 막판 핫이슈였다. 한국에선 정치인 사생활이 아직도 도덕성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다.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소설가 공지영과 평화운동가 고은광순이 여배우 김부선과 연대하면서 이 후보 지지층에 균열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바른미래당이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한 상태여서 불륜 스캔들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선거 결과 이 후보가 김부선을 둘러싼 여성계 일각의 사회적 지지는 뚫었어도 본격 정치 행로는 이제부터 시작일 게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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