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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복싱선수 메이웨더 보다 못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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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복싱선수 메이웨더 보다 못한 트럼프

입력
2018.06.13 19:3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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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무려 3,000여명의 취재진이 싱가포르에 집결하는 등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번 회담의 결과를 보면 마치 둔기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든다. 정상회담 합의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자존심과 동맹국에 대한 배려심이 있기나 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2004년부터 방송한 인기 TV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10여년간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과정에서 “완전한 파괴”, “화염과 분노”, “채널고정” 등의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시청률을 극대화 시켰다. 하지만 과연 정상회담 결과로 앞으로의 후폭풍을 감당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미국에 인기 프로복서 메이웨더라는 선수가 있다. 별명이 ‘머니’인 그는 경기 전까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홍보전략을 적극 구사한다. 상대선수와 기자회견 때 일부러 욕설을 하며 싸울 것처럼 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하며 상대에게 자극적인 말을 쏟아낸다. 작년 8월 종합격투기 선수 맥그리거와의 경기는 그 모습의 극단을 보여줬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많은 사람들이 ‘속았다’ ‘사기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실망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그 한 경기로 무려 3,000억원의 이익을 챙겼고, 그 복싱쇼에 동원된 상대선수 맥그리거도 900억원을 벌었다. 반면, 복싱팬들의 상실감엔 아무런 보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메이웨더 이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며 이번 정상회담의 흥행성을 극대화시켰다. 자신이 원하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상대선수인 김정은은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익을 챙기는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 것을 걱정해야 한다.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북한에 경수로 지원사업을 할 때 우리나라가 총 사업비의 70%를 부담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모두 부담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그 비용이 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우리 부담이 얼마나 클지 걱정 된다.

더 큰 피해는 핵무기의 완전제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합의문에는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였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없다. 2005년 9ㆍ19 성명에도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포기’와 함께 ‘빠른 시일 내에 NPT와 IAEA에 복귀’한다는 합의가 되어 있다. 그런 구체적 합의를 했던 북한은 불과 1년 후 1차 핵실험을 감행해 6자 회담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그랬던 북한이 단지 최고지도자가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허술한 합의문으로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더 놀라운 것은 돈 이야기를 언급하며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우리 국방부도 당황한 듯 말을 아끼고 있다. 주둔은 하되 연합훈련은 하지 않는 동맹군이 과연 어떤 능력이 있겠는가. 훈련은 하지 않고 주둔만 한다면 결국 주한미군 철수론이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엄청난 돈을 썼는데 북핵은 남아 있고 한미동맹은 와해된 상태가 될까 걱정된다.

부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과 일부 핵탄두만을 제거하는 ‘비핵화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메이웨더의 복싱쇼는 복싱팬들의 허탈감이라는 피해가 있을 뿐이지만 트럼프의 비핵화쇼는 대한민국의 안보가 걸린 문제다. 회담이 한번이 아닐 것이라 했으니 제발 다음 회담에서는 CVID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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