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초등학교에 마련된 대림2동제5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인증샷을 찍고 있는 중국국적 영주권자 이영한씨.

“한국서 얻은 좋은 투표 기회인데 제대로 행사해야죠”

13일 오전 8시, 귀화한 중국동포 신경수(76)씨는 6·13지방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제1투표소 대림2동주민센터를 찾았다. 신씨는 14년 전 한국 국적을 취득해 투표권을 얻은 이후로 한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에 참여한 개근생이다.

신씨는 최근 한 후보가 대림동에 있는 귀화중국동포 경로당에 와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에 후보를 낙점하고서 투표소를 찾았다. 신씨는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면 누려야 하는 소중한 권리”라며 “중국에 있을 땐 투표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 선거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중국동포사회나 영주권을 가진 중국인들이 투표를 한 경험도, 관심도 많지 않아 아쉽다”며 “빨리 집에 가서 투표하라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야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밀집지역인 대림동 일대 투표소에는 오전 7시30분부터 줄을 서서 투표 용지를 받을 정도로 아침부터 유권자들이 몰렸다. 특히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은 지방선거에 한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귀화중국동포는 물론 투표권을 가진 중국인도 투표 열기에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 30분, 중국국적 영주권자 이영한(65)씨는 대동초등학교에 마련된 대림2동제5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투표 인증샷을 찍으려던 이씨가 투표소 안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온 투표관리원과 참관인들이 ‘여기서는 안 된다’며 이씨를 말려 다행히 무효표가 되지 않았다. 투표소 밖에 나와 투표소 알림판 앞에서 엄지를 들고 인증샷을 찍은 이씨는 “빨리 인증하고 싶은 마음에 실수를 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30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지만, 이번 선거는 이씨가 참여하는 세 번째 선거다. 이씨는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말이 있듯 외국인 영주권자도 한 표를 꼭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다문화 정책을 보고 표심을 정한 이씨는 “실질적으로 외국인이나 다문화 정책을 다루는 것은 중앙정부나 국회인데 외국인들은 지방선거에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난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과 선거운동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는 참여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 가능한 영주권자는 1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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