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이 싱가포르서 지휘한 듯 출발ㆍ심야투어 소식도 신속히 ‘매파’ 볼턴과 악수하는 사진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산책하는 장면과 공동성명 서명식 모습, 공동성명서 등을 컬러 사진으로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했다. 과거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귀국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서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싱가포르 현지에서 보도를 지휘한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회담 이튿날인 13일 오전 6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ㆍ확대 회담 소식과 더불어 공동성명 전문을 일제히 보도했다. 회담 내용과 사진 30여장을 4면에 걸쳐 상세히 게재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34분 뒤 공개됐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회담 당일 오전 8시 10분(현지시간) 숙소를 떠나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도착한 일부터 9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ㆍ확대 회담, 오찬을 잇달아 갖고 공동성명에 서명한 상황까지 상세히 전달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환담, 호텔 주변 산책 등을 담은 컬러 사진 33장도 1~3면 전면에 실으면서 신문을 화보처럼 구성했다. 2면에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초강경 대북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는 김 위원장의 사진도 실렸다.

북한 보도는 전날 싱가포르를 떠난 김 위원장이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나온 듯하다.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12일 오후 11시 23분(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이륙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CA62편은 13일 오전 7시 현재 평양에 거의 도착한 상황이다. 이 비행기는 10일 싱가포르 방문 때 김 위원장이 탑승했던 보잉 747 기종 여객기다.

통상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일정이 끝난 뒤 동선 등 관련 소식을 보도해 왔다. 김 위원장 안전 등을 고려해서다. 이번처럼 미리 보도하는 일은 드물다.

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싱가포르 현지에서 보도 실무 전반을 책임지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최고 지도자 및 체제 선전과 함께 주민 대상 사상 교육을 전담하는 당 선전선동부 소속이다.

김 위원장이 외국 방문으로 북한을 비워도 체제와 정권 유지에 문제 없다는 자신감의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 매체들은 11일 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명소인 가든바이더베이와 마리나베이샌즈 옥상 스카이 파크, 싱가포르항 등을 둘러본 사실을 12일 오전 신속히 보도했고, 앞서 10일 오전 평양에서 중국 국적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출발한 소식도 이튿날 바로 전했다.

북한 “트럼프, ‘선의의 대화’ 진행 중 한미훈련 중지 의향”

이날 북한 매체는 전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미 정상회담 확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 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미합중국 대통령은 이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조미(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ㆍ남조선(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미국 측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아울러 통신은 “조미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시었다”며 자신들이 제안해 온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양측이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라고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미국 방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첫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조선반도와 지역에 도래하고 있는 화해와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역사적 흐름을 보다 추동하고 가장 적대적이었던 조미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획기적으로 전환시켜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거대한 사변으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이 12일 북미 양국의 확대 회담과 업무 오찬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새 북미관계 수립해 가기로”… 공동성명도 보도

공동성명 내용도 보도됐다. 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그 자리에서 4개 항의 공동성명이 채택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우선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날드 제이. 미합중국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역사적인 수뇌회담을 진행하였다”며 4개 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첫 번째로 북미 양국이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전했고, 두 번째로 북미 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합의하는 한편 세 번째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 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 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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