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전자론’ 향후 방향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 해체 사건” 문 대통령, 북미회담 결과 극찬 “이제 시작이고 포기하지 않을 것” 긴 호흡으로 비핵화 해결 각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의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역사적 이벤트였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북미 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두고 포괄적 합의만 내놓은 채 막을 내리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평화 촉진자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북미 회담에서 제시된 추상적 틀에 알맹이를 채우고, 북미 양측을 끌고 가야 할 한국의 부담이 커진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미 적대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이 한 번에 가능한 일은 아닌 만큼 ‘긴 호흡’을 하며 역사의 역진을 막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발표한 ‘북미 회담 관련 입장문’에서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 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 갈 것이고,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회담에서 완벽한 성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합의를 동력 삼아 비핵화 여정을 완주하겠다는 각오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11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도 “두 정상이 큰 물꼬를 튼 연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70년 된 북미 적대관계와 30년 넘은 북한 핵개발 역사의 뿌리가 깊은데 이를 한번에 뽑아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합의 후 조금씩이라도 진전을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이 정도 어려움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북한은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으로, 미국은 ‘코피작전’ 같은 전쟁 엄포로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베를린선언 후 지속적인 물밑 중재 노력 끝에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번 합의 후에도 남북관계 개선과 주변국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개척할 방침이다. 일단 14일 시작되는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끌어내는 선순환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물론 대북제재 조치가 비핵화 이후 이뤄지기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은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시에 미국 등 주변국가와의 공조 작업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14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21일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역사는 행동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라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고 공존과 번영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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