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현지 표정… 회담 안팎 이모저모

시민들도 길목마다 미리 모여 정상 움직임 촬영하며 큰 관심 현지에 온 로드먼 CNN 출연 “모두에게 좋은 날” 눈물 화제 전날밤 김정은 시내 관광 때 ‘가짜’ 등장해 혼란 빠뜨리기도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검은색 벤츠 리무진이 지나가자 주변 행인들이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카펠라 호텔로 향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운명의 도시’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들뜬 기운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0년을 끌어 온 북미 갈등의 역사를 해소하는 회담의 무대가 된 싱가포르는 역사적 행사가 열린 12일을 가벼운 흥분과 함께 보냈다.

싱가포르 한인회는 이날 한 자리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중계를 지켜 보는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얼굴이 그려져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표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변주한 ‘한국을 다시 하나로(Make Korea One Again)’란 문구가 적힌 셔츠를 맞춰 입고 방송을 시청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침내 손을 잡는 순간 열렬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한국과 무관한 싱가포르 시민들도 회담에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량 ‘야수’와 김 위원장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풀만 가드를 비롯한 대규모 차량 행렬이 움직일 때마다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모여들어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특히 회담 관련 주요 길목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리 몰려 북미 두 정상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은 샹그릴라 호텔, 김 위원장의 세인트 리지스 호텔, 회담이 열린 카펠라 호텔 진입 통로인 센토사섬 입구 ‘비보시티(Vivocity)’ 등지가 특히 인기를 얻었다.

미국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위해 동일 차종이 두 대씩 함께 움직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량 ‘야수’는 인기 만점이었다. 샹그릴라 호텔 근처에서 거주하는 빈센트 우(71)씨는 이날 오전 기자들 틈에 섞여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을 보니 대단히 거대하고 큰 흐름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라며 “한국에도 이번 회담은 중대한 일이 아닌가.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주요 랜드마크인 가든스바이더베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및 전망대, 풀러턴 호텔과 주빌리 다리 등을 방문했을 때도 시민들은 은둔의 나라 북한에서 온 지도자의 세상 외출이 신기한 듯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김 위원장의 야행은 별다른 통제 예고 없이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 것이라 특히 일반 목격자들이 많았다. ‘진짜 김정은’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방문한 잠시 후에는 가짜 김 위원장(홍콩인 하워드 X)이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과 손님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둘 모두의 친구를 자처하는 은퇴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도 이날 오전 싱가포르로 입국한 뒤 CNN방송에 출연해 감동의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그는 “모두에게 좋은 날이다. 상황이 변할 것이다. 우리는 문을 열어 놓고 새롭게 출발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드먼은 “김 위원장은 미국에 가고 싶어한다.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방북 이후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싱가포르=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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