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T, LGU+ 무제한 요금 쓰면 주변기기용으로 주는 유심칩 매달 50, 40GB 데이터 사용 가능 중고장터에서 음성 거래 ‘꼼수’ #2 약관 위반이지만 차단 어려워 “대포폰 등 악용돼 피해 우려”
지난 5일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데이터 공유용 유심칩 판매 글. 중고나라 캡처

“6개월 단위로 계약하시면 50% 할인해서 월 1만원씩 총 6만원에 빌려드려요.”

지난 5일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자가 올린 이 글은 게시되자마자 거래가 완료됐다. 6만원이면 6개월 빌려 쓸 수 있는 이 상품은 다름 아닌 5월 30일 KT가 출시한 ‘데이터온(ON)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에게 추가 혜택으로 주어지는 LTE 데이터다. 정확히는 매월 수십 기가바이트(GB)의 LTE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유심칩’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완전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들에게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세컨드 디바이스(보조 스마트 기기)에 꽂아 데이터를 추가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유심칩을 임대 상품으로 사고파는 음성거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데이터를 여러 기기에서 나눠 쓰는 ‘데이터셰어링’ 유심칩은 2010년부터 있었다. 하지만 나눠 쓸 수 있는 데이터 총량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타인과의 거래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가령, 매월 100GB가 기본 제공되는 KT ‘데이터온 비디오’(월 6만9,000원) 요금제 가입자가 데이터셰어링 유심칩을 태블릿PC에 꽂고 둘 다 사용하면 2대 기기가 100GB를 나눠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이 많이 쓰면 내가 쓸 수 있는 데이터 한도가 줄어드니 남에게 유심칩을 빌려줄 이유가 없다.

김민호 기자

최근 나온 완전 무제한 요금제들의 경우 말 그대로 데이터가 무제한이다. 따라서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가 주 용도로 쓰는 스마트폰에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풀되, 데이터셰어링 유심칩용 데이터를 매월 별도로 추가 제공한다. KT 데이터온 프리미엄은 50GB, LG유플러스의 ‘속도ㆍ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는 40GB다. 6만원에 KT 데이터셰어링 유심칩을 6개월 임대하는 사람은 월 1만원으로 매달 데이터 50GB를 쓰게 된다. 일반 요금제 가입자들은 월 10만원을 내도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30GB에 불과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데이터를 싸게 쓰는 ‘꼼수’인 셈이다.

남는 데이터로 부수입을 올리는 판매자의 행위 역시 이용자 약관 위반 사안이다. 통신사들은 상품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서비스 제공 목적 외의 용도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임의로 임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계약자의 의무로 들어가 있다”며 “위반한 가입자의 경우 회사가 서비스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적 거래가 확인되면 서비스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만 시중에 풀린 유심칩의 실제 사용자를 일일이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2010년에도 음지에서 유심칩이 거래되며 가격이 치솟았던 적이 있다. SK텔레콤이 3세대(3G)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데이터셰어링 유심칩을 가입자당 최대 5개까지 지급한 적이 있었는데, 심지어 유심칩별 데이터 한도도 정하지 않아 ‘무적칩’이라고 불리며 대여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결국 SK텔레콤이 대포폰 악용 가능성, 관리 어려움, 트래픽 폭증 등을 이유로 8개월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유심칩을 몰래 거래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판매자가 돈을 받고 유심칩을 빌려줬다가 분실신고를 해 쓸 수 없게 해 구매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구매한 사람이 대포폰 등으로 악용해 판매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거래를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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