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전문지 ‘키커’ 지토니 기자
독일 국가대표팀의 요하임 뢰브 감독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가 지난 4일 이탈리아 길리안의 전지훈련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길리안=AFP 연합뉴스

독일 축구대표팀이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을 드러내면서 팀의 주장이자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린 이번 평가전은 그가 부상으로 8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진 뒤 복귀해 출전한 두 번째 경기였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독일 최고의 골키퍼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지난 몇 달간 독일 국민들의 단골 토론 주제는 ‘지난해 중족골 골절 부상을 당한 노이어가 과연 월드컵에 맞춰 복귀할 수 있을까’ 였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건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는 “노이어가 건강하게 돌아오기만 한다면 월드컵 엔트리에 발탁을 할 것이고, 주전 골키퍼로 나설 것”이라고 지난달 선언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노이어는 결국 도전을 선택했다. 비록 그가 지난 9월부터 경기를 못 뛰었지만 말이다. 예비 명단에 합류한 뒤 그는 “월드컵에 가겠다는 목표를 한 순간도 내려놓은 적이 없다. 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월드컵에서의 중압감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몸 상태가 좋아진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발 부상 회복은 둘째 문제고, 그 동안 잃어버린 실전경기 감각은 어찌하는가. 8개월 동안 경기 한 번 뛰지 않고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지만 뢰브는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요기(뢰브 감독의 별명)뿐만이 아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 주역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노이어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그는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라고 지지를 보냈다.

독일의 골키퍼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 AP 연합뉴스

FC 바르셀로나 소속의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은 꽤 오랫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할 날을 꿈꿔왔다. 슈테겐은 올해 바르셀로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월드컵 주전 장갑을 끼는 건 쉽지 않았다.

비록 그가 뢰브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수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시즌 전체를 뛰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월드컵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뽐내려고 했는데, 우선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항상 그 자리에 있겠다”고 말했다. 슈테겐은 “마누엘이 도움이 필요하면 훈련에서 그를 돕겠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는 노이어에게 매우 큰 존경심이 있다”고도 했다.

이로써 뢰브 감독에게 골키퍼 문제는 풀기 쉬운 숙제가 됐다. 노이어라는 팀의 기둥이 돌아왔다. 설사 그가 다시 부상을 당한다 하더라고 그의 곁에는 월드 클래스 골키퍼 슈테겐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사우디와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슈테겐이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허용한 상황은 묘하다. 모든 것이 뢰브와 노이어의 구상대로 돌아간다면, 그 경기는 슈테겐의 최근 마지막 출전 경기로 남을 것이다.

독일 키커지 무니르 지토니 기자.

무니르 지토니(47)는 1970년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 현재는 뮌헨에 거주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독일 최대 스포츠 잡지인 ‘키커’ 기자로 일하고 있다. 평소에는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 경기를 취재하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유로2016을 현장 취재했다. 그는 축구선수 출신이기도 하다. 독일인-튀니지인 부모를 둔 그는 튀니지 21세 이하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기도 했고 프로 선수로는 독일의 오펜바흐, 만하임 등에서 활약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회 기간 내내 러시아 전역을 누비며 독일 대표팀 경기뿐 아니라 개막전, 폐막전 등을 현장 취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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