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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호법 23건이나 계류… ‘궁중족발집 비극’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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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호법 23건이나 계류… ‘궁중족발집 비극’ 막을 수 있었다

입력
2018.06.12 16: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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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갱신기간 5→10년 연장 보증금 증액 10% 초과 제한 등 국회서 개정안 제때 처리했다면 서촌 건물주 ‘살인적 인상’ 불가능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건물주 이모씨에게 망치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건물주 이모씨에게 망치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차인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23건이나 발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이 제 때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더라면 임차인이 임대료를 과다하게 올린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궁중족발’의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궁중족발 사건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임대차보호법 10조 8항에서 촉발됐다. 실제로 궁중족발이 위치한 서울 서촌의 건물주 이모씨는 2015년 12월 족발집 사장 김모씨에게 보증금은 3배, 월세는 4배 인상을 요구한 뒤 명도소송(건물을 비워서 넘기라는 소송)을 진행했다. 당초 김씨는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폭증한 임대료를 내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임대 계약이 7년이나 경과 돼 김씨는 결국 패소했다. 이에 건물주는 지난해 10월부터 판결을 근거로 강제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극렬히 저항한 김씨는 손가락 부상까지 입자 지난 7일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결국 구속됐다.

문제는 국회 계류 중인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면 이러한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데에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건물 임차인의 각종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이미 23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2015년 6월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개정안부터 지난달 제윤경 의원이 발의 법안까지 대부분의 개정안은 궁중족발 사건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된 ‘5년 계약갱신 기간’을 1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임대차 계약에 따른 차임 및 보증금의 증액의 경우 직전 임대차 계약의 차임 및 보증금의 10%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구체적 대안을 다룬 안건도 있다.

그러나 23개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ㆍ상정만 됐을 뿐 현재까지 단 한 건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치권이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치솟아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현상)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는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았다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자 본회의 처리 우선 법안 협상 과정에서 관련 개정안들을 슬며시 배제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있어 이른바 '표가 되지 않는 법안'은 여야 모두 건드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의 임무 방기를 비판했다. 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들은 궁중족발에서 벌어진 살인적인 임대료 인상이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다가올지 모를 잠재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며 ▦계약갱신 기간 확대 ▦강제 퇴거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국회는 생색내기용 법안 발의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고 구체적인 기준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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