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업무오찬을 마친 뒤 호텔 주변을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12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발언을 두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남북 분단 이후 70년 만에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자신과 트럼프의 노력을 평가하는 원론적 발언이란 분석 한편으로,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의 대미 외교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날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앞두고 취재진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나왔다.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린)그릇된 편견과 관행’ 등의 표현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불린 과거 북한의 대미 외교 방식을 고집하는 내부 세력과의 투쟁을 거쳐 이번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김 위원장의 관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해석이 맞다면 김 위원장이 선대(先代)의 외교 방식에 과오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일종의 ‘자아비판’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실제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김정일 집권기와는 판이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비난 담화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로 대응하자, 불과 9시간 만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그의 마음을 돌려세우려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강경’에 ‘초강경’으로 맞서던 이전의 외교 프레임과는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집권 내내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고 정치적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해온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외교에서도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