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운용사 5, 6곳으로 2014년 나왔던 통일펀드들 남북관계 급랭에 잊혀져 주의보
게티이미지뱅크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주식 종목들을 골라 투자하는 ‘통일펀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경협 성사 여부조차 여전히 불확실한 정국에서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들 펀드를 두고 우려도 적잖다. 자칫 실체 없이 막연한 기대심리에 편승한 ‘테마주 펀드’로 변질돼 다수의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일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자산운용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2곳(하이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뿐이었지만 이달 들어 대여섯 곳으로 급증했다. BNK자산운용은 이날 북한이 점진적 개방정책을 펼칠 것을 상정해 ▦남북 경협 ▦남북 경제통합 ▦북한 내수시장 선점 ▦통일 등 네 가지 테마에 적합한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려 투자하는 ‘브레이브뉴코리아(BraveNewKorea)펀드’를 출시했다. 앞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지난 7일 대형ㆍ우량주에 투자하던 기존 ‘마이베스트 펀드’를 남북 경협 수혜 종목 중심으로 재편한 ‘통일코리아 펀드’로 재출시했다. 하나UBS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도 경협 수혜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시장도 호응하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하이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이 운용하는 4개 통일펀드의 총 설정액은 8일 기준 328억3,500만원으로 한 달 전(5월8일 289억9,200만원)에 비해 38억4,200만원 증가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통일코리아 펀드는 출시 하루 만에 25억2,700만원을 신규 모집했다.

통일펀드의 인기몰이를 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통일펀드가 근본적으로 대북 경협 기대감에 기댄 ‘테마성 상품’ 성격이 강하다 보니 지금의 남북ㆍ북미 대화 분위기가 어그러질 경우 수익률이나 운용 규모 등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주창했던 2014년 신영, 하이, 교보악사 등 자산운용사 세 곳에서 통일펀드를 출시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펀드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결국 교보악사자산운용 펀드는 지난해 청산됐고 하이자산운용 펀드도 청산 위기까지 몰렸다. 통일펀드를 출시하지 않은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남북 경협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과 투자 전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통일펀드 성격상 변동성이 큰 테마주 비중이 높다 보니 안정적 투자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통일펀드 운용사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남북관계 개선 과정을 염두에 둔 장기 투자를 표방하는 등 운용 방식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안정환 BNK투자증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존 1세대 통일펀드가 건설이나 전력 등 통일과 관련한 테마에만 투자를 하다 잊혀졌다면 이제는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2세대 통일펀드가 활약할 시점”이라며 “남북 경제협력 시나리오를 분석해 상황 변화에 따른 리밸런싱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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