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사례로 본 K팝의 그늘

‘기획사가 길러낸 소녀ㆍ소년들 엉터리 노랫말ㆍ공장형 음악’ 등 외국 언론, 국내 아이돌 저평가 개성ㆍ소신 보이는 BTS와 대조 음악도 대부분 유튜브 통해 거의 공짜 수준으로 유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노래 ‘페이크 러브’를 선보이고 있다.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로 한국 음악사를 새로 쓴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K팝의 그늘도 들췄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많은 사람이 K팝을 깊이 없다, 상업적이다라고 하잖아요?”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의 백인 남성 앵커가 지난달 ‘K팝 열광’을 주제로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 소식을 다루며 한 이 말엔 K팝에 대한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과는 별개로 나라 밖에선 K팝 아이돌그룹을 여전히 수동적이고 상품화된 존재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오랜 합숙을 거쳐 춤 실력을 익히고 회사에서 꾸린 팀에 들어가 만들어준 곡을 부르는 K팝의 창작 과정은 창작의 주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평가절하의 대상이었다. K팝 아이돌그룹은 ‘연예기획사에서 길러진 소녀, 소년들’로 주로 호명되고 있다.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 등 외국 언론은 직접 곡을 만들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방탄소년단엔 호의를 보이면서도 K팝 시장에 대해선 ‘천편일률 K팝 기계’ ‘공장형 음악’이란 비판적 수사를 거두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 K팝의 신세계를 열었다고 하나 K팝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K팝 빈약한 서사 풍자 동영상

빈약한 서사가 K팝의 아킬레스건이다. 유튜브엔 K팝의 어처구니없는 영어 노랫말을 지적하는 동영상이 수두룩하다. 같이 놀 여성이 ‘아이 엠 어 보이, 유아 어 걸’(블락비 지코 노래 ‘보이즈 앤드 걸즈)이란 이유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노랫말과 연인이 나를 떠나 가슴 아픈데 정작 가사를 내가 연인에게 충격을 준 듯 ‘에브리데이 아이 쇼크’(비스트 노래 ‘쇼크’)로 표현해 황당하다 등의 지적이 담겼다. 외국인의 딴죽 걸기로 볼 일만은 아니다. 춤과 비트는 세련되고 유기적인데 정작 노랫말에선 맥락을 찾기 어려운 게 부정할 수 없는 K팝의 기괴한 현실이다. 볼거리는 풍요로운데 이야기는 빈곤한 게 K팝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순수한 K팝의 산물이자 그 안티(Anti)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프랑스 시사 주간지 르 쁘엥의 분석은 K팝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은 강력한 군무와 유행 멜로디라는 K팝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여느 K팝 아이돌그룹이 꺼렸던 길을 갔다. 마블 영화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자신들만의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넓히는 것처럼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 유어셀프 4부작’ 등으로 K팝에 이야기를 심어 오히려 팬을 불러 모았다. 리더인 RM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성애를 다룬 미국 힙합 듀오 맥클모어&라이언 루이스의 노래 ‘세임 러브’ 뮤직비디오를 올린 뒤 ‘가사를 보고 들으면 두 배는 더 좋은 노래’라고 적었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꺼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소신을 간접적으로 밝히며 RM은 ‘색’을 입는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대부분의 K팝 아이돌그룹이 퍼포먼스는 강렬하지만 아티스트로서의 개성 및 소신을 보여주지 못해 해외에서 방탄소년단 같은 팬덤을 꾸리지 못한다”며 “아티스트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활동이 이뤄져야 해외에서 제2의 방탄소년단의 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K팝 알린 유튜브… 저작권료는 ‘글쎄’

방탄소년단을 향한 세계의 환대, K팝의 재조명과 달리 음악의 가치는 폭락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내 ‘방탄TV’ 코너에 방탄소년단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에 실린 11곡을 모두 올렸다. 20초 분량의 광고만 눈감으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모두 공짜로 들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 3집은 지난달 18일에 발매됐다. 신작 발매 10일 만의 무료 공개다.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했다가 상영이 끝나면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 유통된다. 극장 상영 막바지 IPTV에 공개되면 사용료 1만원을 내야 볼 수 있다. 플랫폼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영화 유통 체계와 비교하면 K팝은 거의 공짜로 음악이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JYP엔테테인먼트 등이 빅히트와 같은 방식으로 소속 가수의 음원을 유튜브에 유통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유튜브가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음원 사용료는 다른 음원 서비스 업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유튜브는 음악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분류되지 않아 음원 사이트 보다 사용료 징수 금액이 낮다”고 말했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는 2,300만명(지난해 11월 기준)인데, 이중 1,980만명이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다. 멜론의 유료 이용자 수 450만명보다 4배 이상 많다. 가요기획사들은 국내외에서 10대가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판단, 사용료가 낮더라도 유튜브로 음악을 유통한다. 이기훈 하나대투 연구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자에 돌아가는 저작권료 인상을 골자로 추진중인 음원 사용료 징수 개정안엔 유튜브는 빠져 있다”며 “저작권자의 몫이 감소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