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주 52시간 가이드라인 발표 업무와 관련된 제3자 접대 실제 사례 들여다보면 사용자 지휘ㆍ감독 기준 엄격 적용 회식은 친목 차원 고려 불인정 교육ㆍ워크숍 강제성 있다면 인정 사업주가 정해 놓은 업무시간 전 조기출근은 근무시간 해당 안 돼
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300인 이상 기업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드는 새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11일 관련법과 판례, 행정 지침을 토대로 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본보 11일자 1ㆍ12면 참조)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기업 별로 회식이나 거래처와 약속, 사내 교육, 출장 등을 근로시간으로 포함시킬지 입장이 엇갈리며 불거진 ‘깜깜이’ 논란에 정부가 뒤늦게나마 관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 브리핑을 갖고 “현장에서 근로시간 관리 시 참고할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간의 관련 판례와 행정지침을 일반화하는 작업을 거쳐 지침을 내게 됐다”며 “그러나 근로시간 판단은 사업주의 지시나 직무 관련성 등 개별 케이스 별로 따지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 시행 20일을 앞두고 뒤늦게 지침을 내놓으면서도 개별 상황마다 근로시간 입증 과정의 변수가 많아 일률적 잣대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어서 현장 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김 정책관은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구체적인 사례마다 판단이 필요하면 지방노동관서에 질문해달라”고 덧붙였다.

거래처 식사 근로시간 될 수 있지만… 입증 까다로워

정부는 먼저 ‘뜨거운 감자’였던 영업직 종사자의 거래처와의 저녁식사, 골프 등 소정 근로시간 외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접대하는 경우에 사용자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봤다. 그러나 고용부가 제시한 사례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4월 서울중앙지법은 주말 및 공휴일 ‘골프접대’를 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달라며 한 보험사 간부 A씨가 낸 소송에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골프접대와 관련해 별도로 사용자에게 출장복무서와 같은 형식으로 보고하지 않았고, A씨가 자신의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고 대ㆍ내외 평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골프 참석자와 날짜, 장소 등에 대해 상사와 의견을 주고받은 기록을 법원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ㆍ감독 하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을 볼 때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의 기준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내 회식은 근로시간 아냐… 워크숍은 ‘강제성’이 쟁점

사내 회식의 경우 고용부는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을 위한 차원임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용자나 상사가 ‘반드시 참석하라’고 강제했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무제공과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김 정책관은 다만 “부서원들끼리의 회식이 전제로, 회식에 거래처도 온다든가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면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내 교육이나 워크숍은 기본적으로 참여의 강제성이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는 게 고용부 판단이다. 특히 기업 차원에서 의무시행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비롯해 교육이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면 근로시간이라는 것이다. 워크숍 역시 마찬가지로, 1박2일 등 소정 근로시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는 연장근로에 해당된다. 다만 근로자 개인의 법정 의무 이행에 따른 교육이나, 워크숍 중이나 후 직원 간 친목 도모를 위한 술자리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업무 수행이 아닌 단순히 직원 단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워크숍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휴게시간은 대부분 근로시간… 출장은 근로자대표와 합의해야

정부는 근무 중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만 인정된다고 봤다. 김 정책관은 “휴게시간이더라도 언제라도 사용자가 부르면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기시간으로 볼 수 있어 근로와 관련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고시원을 관리하는 총무가 특별한 업무 없이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적인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더라도 모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고시원 사장은 “잠시 업무를 보는 1~2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했으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세입자 응대 등의 업무로 고시원을 비우지 못했다는 점을 토대로 자유로운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으로 인정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제3항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국내외 출장 등을 위한 이동시간을 포함한 출장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8조1항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또는 통상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일했다고 간주가 가능하다. 비행시간이나 출입국 수속시간, 이동시간 등 출장과 관련한 통상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명확히 정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업주가 정해놓은 업무 시작시간, 즉 시업시간 전의 조기출근은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고용부는 판단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하도록 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직원이 자율적으로 오전 8시에 출근했다고 해서 근로시간을 1시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깎는 등의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세종=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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