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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주면 공익제보” 협박하고 3만2,000건 악성 민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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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주면 공익제보” 협박하고 3만2,000건 악성 민원까지

입력
2018.06.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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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 제공
서울 서초경찰서 제공

“다른 택배 기사는 돈 주고 영상 지웠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관리계에서 근무하는 조모 경장은 지난 4월 공익제보자에게 불법유턴 영상이 찍힌 택배 기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공익제보자가 수 년째 교통법규 위반 영상을 빌미로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것. 사실 그는 수많은 악성민원으로 이미 서울과 경기 내 경찰서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조 경장은 “처분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경찰을 괴롭힌다는 말을 들었지만, 민원 제기에만 그치는 줄로 알았다”며 “돈까지 뜯어낸다는 말을 듣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수만 건의 악성 민원을 제기한 30대 남성이 공익제보를 빌미로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16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초구 반포역 인근 도로 등에서 약 70차례에 걸쳐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공익제보를 하겠다며 15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공갈ㆍ상습공갈ㆍ공갈미수)로 장모(38)씨를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 옆 풀숲 등에 숨어있다가 신호를 위반하거나 불법 유턴을 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호루라기를 불며 도로로 나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고는 “돈 안 주면 공익제보하겠다”고 협박해 건당 1만~5만원가량 돈을 뜯은 혐의다. 교통법규 위반자들은 범칙금이 과도하게 나올 것이 두려워 장씨에게 돈을 줬다고 밝혔다.

장씨는 자신에게 돈을 안 준 교통법규 위반자들을 경찰청과 권익위원회 등에서 운영하는 공익제보 어플리케이션으로 3만2,000여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경찰관 등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면 위반자에게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해달라고 거듭 전화했으며, 경찰이 규정에 따라 경고 등 처분을 내리면 해당 공무원에게 항의한 뒤 국민신문고 등으로 ‘불친절 공무원’이라며 민원을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4월 조 경장 등 경찰관들이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올린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5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제보 관련 악성민원 탓에 전국적으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악성민원인들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공익신고 제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추가 수사를 거쳐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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