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총격범 시점으로 경찰ㆍ민간인 공격할 수 있어 유통사 “일단 해당 게임 삭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삼아 논란을 빚은 ‘액티브 슈터’ 게임. 스크린 캡처

미국에서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슈팅 게임까지 등장해 게임의 폭력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게임은 학부모들의 반발로 결국 유통이 차단되긴 했으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 온라인 게임몰인 ‘스팀(steam)’에 공개된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라는 게임의 무대는 학교였다. 미 경찰 특수 부대 요원 시점에서 학교 총기 난사범들을 진압하는 방식이었지만, 거꾸로 총격범의 입장에서 경찰관과 민간인 등을 사살할 수도 있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지난 2월의 플로리다 마조리 스토맨 고교 총격 사건, 지난달 텍사스 산타페 고교 총격 사건 등 잇단 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자 가족과 친구, 해당 지역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오락으로 즐기는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이 게임은 이달 6일 정식 배포돼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학부모, 지역 단체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난 성명이 나오는 등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사 측은 게임 몰에서 해당 게임을 삭제하겠다고 밝혀 일단락 됐다.

하지만 밸브사 측은 불법적이거나 명백한 유해물을 제외한 모든 게임 유통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밸브사 측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스팀에는 당신이 싫어하거나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며 “게임몰에 어떤 것만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3년 문을 연 스팀은 연간 25억달러(2조7,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미 최대 PC 게임 유통망 중의 하나다. 현재 2만2,000종의 게임이 판매되고 있고 매일 평균 25개 가량의 새 게임이 등록되고 있다.

문제는 밸브사 측이 지난해 게임 개발자들이 손 쉽게 게임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춘 이후 폭력 게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총기난사 게임 논란 이후에도 이 게임몰에 ‘에이즈 시뮬레이터’라는 이름의 게임이 등장했는데, 에이즈에 걸린 플레이어가 복수를 위해서 아프리카인들을 사살하는 내용이다. 이 역시 논란이 커지자 밸브사 측은 이 게임을 삭제했다. 이 게임몰에는 이전에도 ‘자살 시뮬레이터’라는 게임이 유통된 적이 있고, 어떤 게임들은 이름은 무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자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다뤄야 게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현실에서 게임 업계가 규제 수위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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