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숙ㆍ팜피타인ㆍ꾼니삐다씨 등 파주 탈북민ㆍ결혼이주여성 19명 6ㆍ13 선거 개표사무원으로 위촉 “반대표 던지면 탄광 가는 북한 대리투표 횡행 베트남과도 비교”
7일 경기 파주시 금촌동 파주시선관위 사무실에서 13일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개표사무요원으로 위촉된 북한이탈주민과 결혼이주여성들이 개표 사무교육을 받고 있다. 파주=류효진 기자

7일 오후 경기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투표지 분류기 투입구로 투표용지가 ‘휙휙’ 빨려 들어가자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이들이 일제히 ‘와’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투표용지 뭉치를 가로로 세워서 넣기만 하면 각각의 투표용지가 어떤 후보의 것인지 자동으로 판독되고 분류되는 장면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고 있던 이들은 모두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19명의 결혼이주여성과 탈북민들. 오는 13일 열리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개표사무원으로 위촉돼 사전교육을 받는 참이었다.

이들은 개표 참여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 탈북해 국내로 들어온 백영숙(55) 임진강예술단 대표는 “북한은 투표를 안 하면 총살, 반대표를 던지면 탄광에 끌려가기 때문에 사실상 투표 자체에 별 다른 의미는 없다”라며 “개표 과정에서 정말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표가 모여 당선인이 나오는 것을 보면 (유권자로서) 한 표의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번 개표사무원 참여가 지난 대선에 이어 두 번째지만, 그 과정에서의 생경함과 뿌듯함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에 온 지 4년이 됐다는 베트남 출신 팜피타인(34)씨는 이번 선거가 ‘첫 개표’일 뿐만 아니라 ‘생애 첫 투표’라며 들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가족 중 한 사람이 나머지 가족 구성원의 표까지 행사하는 ‘대리 투표’ 문화가 횡행해 실제로 투표 경험이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국적 취득한 이후 이번 지방선거에 유권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투표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이렇게 개표까지 참가할 수 있다니, 정말 한국사람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찰 따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7일 경기 파주시 금촌동 파주시선관위 사무실에서 13일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개표사무요원으로 위촉된 북한이탈주민과 결혼이주여성들이 개표 사무교육을 받고 있다. 파주=한소범 기자

캄보디아에서 온 꾼니삐다(34)씨는 이번 기회에 캄보디아와 한국의 선거제도를 비교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캄보디아에서도 개표사무원으로 참가해 본 경험이 있어서다. 그는 “캄보디아에서는 한 명이 수작업으로 개표하면 다섯 명이 주위에서 공정한지 지켜보는데 한국에서는 기계가 표를 분류하고 사람이 감시하는 방식이라 신기하다”며 “어떤 것이 더 공정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교육은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하는 시점부터 투표지 분류기 시연, 심사ㆍ집계가 이뤄지기까지 전 과정을 설명하느라 2시간 넘게 진행이 됐다. 정치 용어가 생소한 만큼 재차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쏟아지는 등 사무원들의 ‘학습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탈북민과 이주민들을 대표해 공정한 선거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소감이었다.

이들의 개표 사무원 위촉을 추진한 고현주 파주시선관위 관리계장은 “현재 국내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이 3만여 명, 결혼 이주 여성이 12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이 개표사무 관리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주=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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