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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환우들 곁에서 쓴 간호일기, 마지막 호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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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환우들 곁에서 쓴 간호일기, 마지막 호 발간

입력
2018.06.10 15:3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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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들 이야기와 함께

25년간 13권의 책에 기록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가 출간한 13번째 책 '사슴섬 간호일기'. 보건복지부 제공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가 출간한 13번째 책 '사슴섬 간호일기'. 보건복지부 제공

“언제나 눈이 보이는 사람처럼 당당하고, 일에 지친 간호사들에게 산소처럼 힘을 주신 아버지. 당신은 하모니카합주단원으로 제주를 비롯해 서울까지 안 간 곳 없이 연주하러 다녔지요. 연주를 통해 소록도를 알리고 한센병 환우들이 의지를 가지고 은혜롭게 산다는 것을 산 증인으로 보여주었지요. 이제 합주단원이 하나 둘씩 천국으로 떠나면서 슬픔에 잠겨 계시지만, 저희들에게는 늘 모범입니다.” (국립소록도병원 새마을치료실 허옥희)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간호조무사들이 한센인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한 ‘사슴섬의 간호일기’ 마지막 호를 10일 펴냈다. 편견과 차별 속에서 침묵하며 살아온 한센인들의 고통과 그들의 곁을 지켜 온 간호조무사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겼다.

소록도는 한센병 치료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조선총독부가 1916년 자혜의원(국립소록도병원 전신)을 설립하며 한센병 환자들이 정착한 이후 강제 이주가 이뤄지며 섬 전체가 나요양소가 됐다. 한센병 환자들은 일제시대부터 강제노역, 감금, 강제 정관수술, 학살 등의 고통을 겪었고 이후에도 세간의 편견으로 사회로부터 배척 당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소록도에 500여명의 한센인이 머물고 있는데, 고령에다 중증 장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 손과 발 역할을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들이 하고 있다.

한센인들의 고통을 지켜본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는 1993년부터 이들의 삶을 담담히 기록하기로 하고 25년간 총 13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번에 선보인 13번째 ‘사슴섬 간호일기’는 앞선 12권에 수록된 글 가운데 63편과 소록도를 다시 찾은 간호조무사,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 등 총 93편을 엮었다.

소록도 간호조무사들의 일기는 우리사회의 한센병에 대한 무지가 한센병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겨줬는지 보여준다. 고은아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 전 회장은 “25년간 책을 만들며 환자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마지막까지 기쁘게 돌볼 수 있다는 자긍심을 길렀다”며 “환자들뿐 아니라 우리도 치유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가 25년간 출간한 13권의 '사슴섬 간호일기'. 보건복지부 제공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가 25년간 출간한 13권의 '사슴섬 간호일기'. 보건복지부 제공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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