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조만간 안내책자 배포 불구 다양한 사례별 공통 지침 어려워 “현장 혼란만 더 키울 것”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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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로’를 앞두고 주초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현장의 혼란은 아랑곳 않고 주무부처가 안일한 대응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대처하기엔 이미 많이 늦은데다, 정부의 지침이 원론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고용부에 따르면 기존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 사례를 취합해 근로시간 여부의 판단을 도울 ‘개정 근로기준법 이해하기’ 안내책자를 제작해 금명간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다. 당초 물리적인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6월 중순 이후에야 배포할 예정이던 것을 대폭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현장 혼선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이드라인이라고는 하지만, 수 없이 많은 개별적인 사례들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공통된 지침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따져야 하는 사안에 대해 일괄적이고 보편적인 지침을 세우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똑 같은 회식, 똑 같은 출장이라고 해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근로시간 인정 여부에 대해 개별적으로 법률이나 정부 지침으로 정하지는 않고 개별 사례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일괄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하에 있었는지 등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회식은 근로시간이고 사내 행사는 근로시간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무 자르듯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판별하긴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을 해오면서 현장의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은 준비를 마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시행해 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고 메워나가면 된다”고 밝혀 현장 민심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가이드라인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조금 일찍 만들어졌다면 기업들의 대응에 좀더 도움이 됐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다만 “그 동안 사업장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시간으로 간주하지 않던 시간들에 대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며 “사업장마다 실태가 다 똑같지 않은 만큼 이제라도 어떻게 세분화해 지침을 만들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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