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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에 담긴 호텔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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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에 담긴 호텔의 정치학

입력
2018.06.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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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북미회담 유력시 됐던 샹그릴라 대신 카펠라

“양안회담 장소 아닌 북미회담 각인시킬 제3의 장소 선택”

김정은 숙소는 시진핑 묵었던 세인트 레지스 가능성

시진핑 같은 정상적 지도자 이미지 연출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것으로 정해졌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것으로 정해졌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도보 다리 산책은 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백미'였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이 판문점이란 공간 속에서 동석자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음을 보여주는 '그림' 한 장이 때로는 내용 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어디가 될 지를 두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장소는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당초 다수 전문가와 현지 관계자들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샹그릴라 호텔을 유력시 했다. 매년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개최되는 등 대형 외교 이벤트를 치러본 '경험'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러나 미국 입장에선 샹그릴라 호텔만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다름 아닌 이 곳이 2015년 11월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 간 역사적 양안 회담이 열렸던 곳이기 때문이다. 전직 고위 외교 관리는 "양안 회담이 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샹그릴라 호텔은 중화권 이미지가 매우 큰 곳이 됐다"며 "미국 입장에선 다른 곳을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외교 이벤트를 대내외에 각인시키자면 이미 양안 회담 장소로 쓰인 샹그릴라 호텔은 회담 장소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휴양 시설에 가까운 카펠라 호텔에선 여태껏 이렇다 할 대형 외교 행사가 치러진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펠라 호텔이 위치한 센토사 섬이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라는 점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는 북미 정상회담 이미지를 보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거론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 로비. 싱가포르=조영빈 기자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거론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 로비. 싱가포르=조영빈 기자

북미 정상회담 장소 못지 않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전 분야 협상을 위해 머물던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 시내 탕린로드에 위치한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한 차례 들른 데 이어 8일 이 곳에 짐을 푼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싱가포르가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포함한 탕린 구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봤을 때 김 위원장의 숙소는 이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싱가포르에서 손꼽히는 특급 호텔이다. 그러나 아시아 물류 허브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싱가포르에 이 정도 수준의 호텔은 세인트 레지스 호텔 말고도 무수히 많다.

북한 하필 이 호텔을 고른 것은 양안회담 당시 이 곳이 시 주석의 숙소였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현지 소식통은 "북한 우방국 지도자가 묵었던 호텔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 곳을 선택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판에서 자연스럽게 북중 우호관계를 드러내는 한편 김 위원장도 시 주석과 같은 정상적 지도자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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