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교남학교'의 선생님들

5일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에서 만난 손명숙(50) 교사.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교남학교도 있는데 왜 강서구에만 지으려 밀어붙이냐는 말입니다. 강서구 주민들을 봉으로 아는 겁니까?” “장애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오냐고!”

지난해 9월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2차 주민토론회’.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한 맺힌 절규가 ‘무릎 호소’로 이어진 그 날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욕먹고 얻어맞을지언정, 학교만은 포기할 수 없다”라고 외쳤던 간절한 목소리에 여론이 모아졌던 것도 잠시. 올해 3월, 반년 만에 다시 열린 ‘특수학교 설립 추진 설명회’는 다시 한번 아수라장이 됐다. 당초 내년 3월 개교 예정이었던 일정도 반년이 밀렸다. 부쩍 몸만 커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새 학교가 문 열기만을 기다렸던 엄마들은 망연자실했다.

서울의 서쪽 끝, 화곡동 한 켠에 자리 잡은 교남학교를 찾았다. 강서구 주민들이 특수학교의 추가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로 든 곳이다. 전교생 100명 남짓에 초ㆍ중ㆍ고 전 과정을 합해 16개 학급. 학교는 스쿨버스 3대, 4층짜리 건물 1개의 단출한 살림으로 강서구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탱하고 있었다. 과연 이만하면 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강서구 인구는 60만 명,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런데 특수학교는 교남학교 하나예요. 구로구(인구 44만 명)에 위치한 정진학교의 절반 규모죠. 인구 20만 명 당 특수학교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1곳이 아니라 2곳은 더 생겨야 맞습니다.” (이상용 교남학교장)

선생님들은 하루하루가 안타깝다. “6명 정원인 반에 10명까지 꾸역꾸역 들어와도, 마음 같아선 더 받고 싶죠.” 한 교실에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선생님의 보살핌도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는 노릇. 왜 또 짓냐며 핏대를 올리는 이기심이 외면한 시간, 특수교육 현장은 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5일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에서 만난 이상용 교남학교 교장(69). 박지윤 기자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교실

“학급당 6명은 한 명의 교사가 제어할 수 있는 최대치죠. 그런데 현재 중고등부의 경우 많게는 한 학급에 10명까지 들어가요. 아이들을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보조인력도 있지만, 이조차도 부족해 2 학급을 1명이 도와줍니다.” (이상용 교장)

하교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2시의 교남학교 고등 2학년 교실. 덩치는 이미 어른인 10여 명의 아이들이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흩어져 있다. 교탁 컴퓨터 앞에 바싹 붙어 앉아 유튜브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틀어보는 여학생은 언뜻 보기에 또래 여고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고작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앉은 남학생은 허공을 응시하며 옹알이에 가까운 신음소리만 이어간다. 활동보조인력으로 배치된 공익 근무요원은 학생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 뿐이다. “발달 장애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에요. 똑같이 3세 지능에 멈춰 있다 하더라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다른 특성을 보여요. 비닐에 유달리 집착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소리에 극도로 민감한 아이도 있고… 무서울 정도의 식탐을 보이는 아이도 있죠.” 한 교실에 이토록 제각각인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선생님은 매 순간 손이 모자라고 애가 탄다. “6명도 버거울 때가 많아요. 가위를 쥐어주면 흉기가 되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가까이만 가도 까무러치는 아이들도 있는 걸요. 수업이 시작되는 9시부터 3시 하교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습니다.” (손명숙 교사)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발달 장애학생 특수학교인 교남학교. 박지윤 기자

그런데 고등부 교실엔 아이들이 기본 9명 이상이다. “일반 고등학교엔 특수학급이 부족해서 다 특수학교로 몰리는 거예요. 초등학교에 50개, 중학교에 30개 정도 있다 하면 고등학교는 10개 수준으로 훅 줄어드니까요.” 철저히 입시 위주 시스템이 되는 고등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은 다른 아이들의 공부에 ‘방해가 되는 존재’로 여겨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아이가 딱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마찬가집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주위의 시선이 더 따가워지니 도망치듯 특수학교로 오는 경우도 많고요. 겉도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이곳의 문을 두드리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10대 후반으로 접어든 장애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특수학교 고등부는 어딜 가든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그래서 공진초 부지의 서진학교도 본래는 ‘중고등부’ 특수학교로 지어질 예정이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학교 특수학급을 다니다 특수학교로 넘어온 아이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특수학교는 장애 정도가 매우 심한 아이들이 가는 곳’이란 편견이 팽배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반대다. “특수학교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장애를 전문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보다 섬세하게 가르친다는 인식이 생긴 거죠.” 달라진 환경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처음 왔을 땐 자신이 당한 폭력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자극에 반응하는 것 자체를 아예 포기해 버린 상태였죠. 여기선 아주 사소한 것을 해내도 ‘잘했다’ ‘예쁘다’ 멋지다’ 칭찬을 들으며 주인공이 되니까 일단 자존감이 높아져요.” 물론 일반학교 특수학급 교사들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교육환경에선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아이는 오히려 일반학교에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결국 어느 쪽이 더 나을까는 부모님들의 선택에 달려 있죠.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그 선택의 자유란 게 아예 보장이 되질 않는다는 겁니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은 평범한 부모의 마음이 장애 학생의 부모에겐 사치인 셈이다.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 교실 풍경. 박지윤 기자
아이들한테 다치고, 잊혀지는 특수교사들

“대부분의 아이들은 40분은커녕 20분도 채 집중을 못해요. 그러니 뭔가 배우는 게 목적이 될 수 없어요. 자리에 앉는 것부터 옆자리 친구를 공격하지 않는 것까지, 장애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죠.” (손명숙 교사)

현재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와 같은 방식으로 나이에 따라 학생들을 배치한다. 나이가 열 살이라면 지능 수준이 세 살이든 일곱 살이든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 장애 정도나 지능 수준에 따라 반을 배치해보기도 했지만 “왜 특수학교에서조차 우열을 가리느냐”는 학부모 반발이 심했다. 40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수업 시간을 줄여보려고도 했지만 이조차 교육청의 저지에 부딪혔다.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특수 교육 가이드라인이 있긴 있어요. 하지만 뼈대만 겨우 잡혀 있을 뿐 세세하지는 않죠.” 쉽게 말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는 나와 있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생략돼 있다. 그마저도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10명 중 고작 두세 명 정도에 불과한 이곳에선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이 곳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귀가시킨 오후 3시 이후부턴 다시 학생이 된다. “발달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정석이란 게 없으니까… 다들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우치는 거죠. 리코더를 배운다면, 우리 애들은 더 쉽게 불 수 있는 ‘버드 휘슬’을 가르쳐야겠다, 뭐 이런 식으로요.” 과외 선생님처럼 아이 한 명 한 명의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늘 불안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아이들은 나를 과연 선생님으로 여기고 있을까.” 아이의 얼굴에 스친 그 표정이 과연 끄덕임이었는지 도리질이었는지 매 순간 고민한다.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 교실 풍경. 심하게 움직이는 발달 장애 학생을 위해 특수 제작된 책걸상. 다치지 않도록 쿠션 처리가 돼 있다. 박지윤 기자

“선생님들이 많이들 다쳐요. 아이들은 일단 한 번 화가 나면 억제가 안 되거든. 할퀴고 때리고. 애들도 힘센 사람과 아닌 사람을 알아봐요. 특히 여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하죠.” 인지능력이 없는 아이에게 폭력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 꾸짖는 것조차 꺼려지는 분위기다. 한 교사는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외국도 특수교사는 3D 업종이래요.(웃음)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업인 만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특수교사들의 교권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진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해요.” 1년 내내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아이들은 학년이 바뀌고 새 선생님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순간 태도가 바뀐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기 일쑤다. “아이와의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수십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도, 조금만 떨어져 있다 보면 다시 ‘0’의 상태로 돌아가니까요. 우스갯소리로 ‘특수교사들은 제자가 없다’라고도 해요.” 매 순간 다른 장애의 벽 앞에 부딪히며 이들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상용 교장은 말한다. “나도 33년째 특수교육 현장에 있지만, 일선 교사들이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유인이 무엇일까, 늘 고민합니다. 사명감만으론 버티기 힘든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어떤 일보다 강한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수학교의 초등 교육과정 교과서. 박지윤 기자
특별히 이상하지도 불쌍하지도 않은 ‘그냥 다른 아이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부모들은 장애를 가진 자식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학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아이들은 어두운 방에 갇혔다. 단지 가려져 있었을 뿐 사라진 게 아니었던 아이들의 존재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극장 측 관계자 분이 우리 애들을 보고 너무 놀라는 거예요. 일반 학교에서 견학 왔을 때보다 훨씬 태도도 좋고 조용하다고요. 아마 모르셔서 그랬을 거예요. 살아오며 한 번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잘 모르는 대상일수록 사실과 다른 추측을 하게 되니까. 사람들도 그래요. 장애에 대해 잘 모르니까 마냥 싫어하죠. 보통 그들이 혐오하는 건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나에게 불편을 끼칠 수도 있는 장애’예요. 사실 장애는 ‘특징’에 지나지 않는데. 그래서 싫어할 이유도 없는 건데.”

선생님들은 힘주어 말한다. 특별히 이상한 아이들도 아닌, 특별히 불쌍한 아이들도 아닌 ‘그냥 다른 아이들’일 뿐이라고. 자신들 또한 ‘특별히 훌륭한 사람들’이 아니라 ‘당연한 도리를 하는 선생님들’일 뿐이라고. 그래서, 이들이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니, 특수학교도 별 것 없어요. 그냥 학교일 뿐이랍니다.”

글ㆍ사진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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