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의 서울 지역 벽보에서는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포스터가 단연 눈에 띄었다. 초록색 바탕 위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고 찍힌 하얀 폰트가 참신하고 놀라웠다. 여러 정책 기조와 아울러 ‘페미니스트 대통령’까지 표방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와는 전혀 다른 충격이었다. 게다가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이 정면 아닌 측면 샷으로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문구와 적절한 도발로 어울렸다.

그런데 신 후보의 벽보와 현수막이 20여 곳에서 훼손됐다고 전해졌다. 신 후보측은 이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일뿐 아니라 여성 혐오 범죄로 수사, 처벌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마침 페이스북에서는 신 후보의 벽보가 ‘시건방지다’는 게시물이 올랐고, 이를 비난하며 ‘시건방 셀카’들이 포스팅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문구와 후보자 프로필 이미지가 얼마나 득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우선 여성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십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6월 9일 오후 2시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는 청소년들이 ‘기호 0번’ 교육감 후보로 직접 출마해 후보 연설을 하고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진행한다고 한다. 위 시 ‘초딩을 위한 당은 없다’에 드러난 어린이의 요구가 유머나 말놀이로 끝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서 정치 현실화한 셈이다. ‘초딩이라고 무시당하기 싫은 애들, 당당으로······’라는 마지막 행은, 어린이란 존재가 정말로 권력이 주어지지 않는 약자라는 인식을 새삼 불러일으킨다.

‘밥상에 오른/콩자반/두부부침/된장찌개/콩나물무침//위아래도 없고/인사도 없고//정말 모르는 건지/시침 뚝 떼고 있는 건지’(‘콩가루 집안의 콩들’ 전문)

우리 사회는 저 밥상 같은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오랜 가부장제 전통을 지닌 뼈대 있는 가문이어서 성별과 나이에 따른 위계가 참으로 공고하기만 하다. 그러니 온갖 선거 운동 노래의 소음 속에서도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청소년의 참정권 요구에 유독 귀 기울이게 된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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