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조단 추가 문건 공개 후 법원 내부 “수사 필요” 목청 커져 검찰 “사건 전말 파악 안된 상황 법원 협조 여부가 수사 성패 좌우” 자칫 법원과 갈등 비화 우려 김명수 입장 따라 수위 결정될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이 점점 커지면서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늘어나고 있지만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종 입장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다. 섣불리 착수했다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게 뻔한데다 자칫 잘못하면 검찰ㆍ법원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열차승무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등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을 고발해 이 사건과 관련한 총 고발 건수는 14건이나 됐다. 앞서 지난해 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판사 동의나 영장 없이 컴퓨터를 무단 열람했다며 고발한 사건과 올해 1월 참여연대 등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불법 사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 일단 모두 배당된 상태다. 특히, 지난달 25일 특별조사단 3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재판 거래’ 의혹이 일면서 의혹 대상 판결 당사자들이 반발하면서 고발이 대폭 늘어났다.

법원 내부에서 검찰 수사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수사의 당위성을 높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조사 결과 발표 이후 5일 추가적으로 문건이 일부 공개되면서 ‘법란(法亂)’ ‘사법농단’으로까지 불리며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보수 성향의 판사들을 솎아 내는 등 법원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금씩 불을 지피는 모양새”라며 “조사단 발표 후 추가로 문건을 공개한 것도 수사 분위기로 이어지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각급 법원 회의 등에 이어 7일 전국법원장간담회,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거치는 과정도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발장이 쌓이면서 즉각 수사에 돌입해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대법원 태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수사에 착수했을 때 일반적인 사건과 달리 난관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 수사라는 것이 법원의 허가 속에 진행되는 것인 데다, 최종 판단도 법원에서 내리는 만큼 검찰이 법원의 협조 없이 법원을 직접 수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고발이나 수사 의뢰, 검찰 수사 협조 등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리는 결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조사단 발표 자료만으로 사건의 전말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대법원 협조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고, 자칫 이 사건 수사로 인해 법원 측과 갈등이 생길 경우 검찰의 다른 수사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 아예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특검 역시 결국 재판부 판단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 만큼 검찰이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ㆍ현직 대통령도 수사한 검찰이 전직 대법원장 수사를 주저할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법원의 협조 여부가 수사 성패를 좌우할 수 있으니 수사 주체가 누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결단하더라도 압수수색 및 영장 청구 등 수사과정에서 법원과의 갈등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