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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내치에도 올인 할 때

입력
2018.06.0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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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지방선거 이후 안보 올인 벗어나

사회 경제 이슈로 민심 지지 넓혀야

외치-내치 불균형, 현실정치 실패 불러

남북화해 국면이 6개월째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외치(外治)와 내치(內治)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안보 국면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논리, 양상과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사회 경제 이슈가 묻히고 왜곡된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는 남북 관계에 올인 중이다. 안보 사안이 나타나면 부정적 영향에 대한 보완책까지 마련, 국민적 신뢰와 안정감은 크다.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 한미동맹을 약화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수시로 보여주면서 보수층 지지까지 얻고 있다.

안보 문제와 달리 경제 사회의 내치에서는 한쪽 면만 바라보기인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도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우려를 부정확한 통계로 반박하고, 경제 문제의 이전 정권 책임론을 거론했다. 경제 사회의 문제는 누구를 반박하거나 과거 정부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는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이 불안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구나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50%를 넘는 것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심판론에 빠져들 때 나왔던 수치다.

정권출범 13개월만인 이번 6ㆍ13지방선거는 여당에게 기울어진 판이다. 야당은 이탈한 보수가 돌아갈 명분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중간평가에 가깝지만, 정권 출범이 얼마 되지 않으면 심판론이 작동되지 않는다. 실제로 시점상 이번 선거와 유사한 4년 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 속에 치러졌다. 14개월 된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에도 선거는 어느 당 우위가 분명하지 않은, 무승부로 귀결되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외치 비중이 줄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정치자문 전문인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방안이 장기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해 최소 12개월 대화 국면이 이어질 걸로 봤다. 북미 양국이 약속을 이행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를 가능성은 5%, 나쁜 결론으로 갈 가능성은 50%로 높게 봐, 상황을 낙관하지는 않았다. 어느 경우가 되든 한반도는 당분간 대화국면이 지속되면서 다른 이슈들을 진공상태로 만들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최우선 문제는 남북관계뿐이 아니다. 여론의 관심은 점차 남북 관계에서 경제 사회의 내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어도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 문제에서 ‘잘 한다’는 답변이 그리 높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외교안보 이슈에 덮여 있다가 상황이 더 나빠지면 어느 순간 폭발하듯 노출될 수 있다. 내치와 외치의 불균형이 계속된다면 정부에 대한 평가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 평가와, 당장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적 평가, 민심의 판도가 상반될 수 있다. 지금 정부 인사들은 참여정부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대통령 탄핵의 역풍이 불면서 2004년 총선은 여당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겨놓고 3개월 만에 여당은 지지율에서 역전 당했고,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했다. 보수언론이 판을 깔아놓긴 했지만 국민이 경제문제를 얘기할 때 4대법 개정과 같은 이념문제에 매달리면서 민심과 어긋난 때문이다. 민심을 잃고 지지세력마저 이반하면서 정권마저 내줘야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이 최근 공개되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가 낸 회고록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오바마는 “우리가 틀린 걸까? (우리가 추구한 게)그리 괜찮은 데 잘못한 것일까? 우리가 사람들에게 너무 훌륭했던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 보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 자신의 정책을 몰라준 몽매한 유권자들을 의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오바마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사람들이 단순히 따라 하기를 원했고, 설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져온 중대한 변화를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고 탓만 했다는 얘기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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