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거래 파문’ 리더십 시험대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서 심경 표출 다수 위원 “검찰 수사 불가피” 의견 고위 법관들 반대 기류 강해 변수 집단 반발설까지 나오는데… 후폭풍 감당해 낼지 우려도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 형사조치 여부 결단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리더십이 백척간두의 시험대에 올랐다. 3,000명 법관 사이에서 형사조치를 싸고 노ㆍ소장 판사 입장이 확 갈리는 만큼, 사법수장이 어떤 결론을 내든 내홍이 심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분위기로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내부적인 수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심증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이 주관한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참담하다’는 말을 사전으로 보니 ‘몹시 슬프고 괴롭다’고 나오던데 (조사결과를 본) 심정은 그 말로도 표현이 다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행정권 남용은 물론 이와 맞물린 삼권분립 훼손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변호사와 교수, 언론인 등 외부인이 주로 짜인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서 다수 위원들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개별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은 “대법원 특별조사단 3차 조사결과 발표로도 행정처가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의혹 파문이 수습되지 않은 이상 검찰 수사 없이 덮는 식의 매듭짓기로는 사법부에 더 부담이라는 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 등 각 법원 소장판사(단독ㆍ배석)들이 잇따라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는 결의를 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전직 수뇌부가 퇴직으로 징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시를 따른 당시 심의관(판사) 등 하급자만 징계하고 종결하는 것도 진정한 사태 수습이 아니란 법원 내외부 인식도 검찰 수사 쪽에 무게를 싣는다.

김 대법원장이 추가 문건 공개도 고려 중인 점을 감안하면 파문은 당분간 계속될 터라 수사 요구가 더 거세질 국면이기도 하다. 복수의 사법발전위 위원과 일선 판사들은 특별조사단이 5일 공개한 행정처 98개 문건 외에 조사대상으로 추린 410개 파일문건을 모두 공개하라는 의견을 냈다. 김 대법원장이 특별조사단을 구성하며 사법부 스스로 힘으로 숨김 없는 조사를 약속한 만큼 모든 문건 공개도 마땅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법원장과 현 행정처 등 사법 수뇌부가 직접 고발조치 카드 등을 꺼내야 한다는 ‘강경 모드’ 요구는 주된 기류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사법발전위에서도 “수사는 피할 수 없다만 그렇다고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는 형식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앞섰다. 한 위원은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면 그 자체로 유죄라는 인식을 주고, 검찰이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시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며 “무엇보다 결국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 터인데 고발 주체가 심리하는 상황이 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 소속 등 위원 2명은 대법원장의 직접 고발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 내 영향력이 큰 고위 법관을 중심으로 법관과 재판 독립 침해 문제를 들어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 김 대법원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5일 처음으로 집단적인 수사반대 의견을 냈고, 7일 예정된 전국법원장간담회도 결론에 따라 논의의 흐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조짐이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내용까지 듣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나 일각에선 벌써부터 집단 반발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후폭풍을 제대로 감당해 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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