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효고현 아사고시에 위치한 산성 다케다성(竹田城)이 운해에 둘러싸인 모습. 아사고시 아다케다성 공식 홈페이지

운해(雲海)에 둘러싸인 모습이 아름다워 ‘천공의 성’이라 불리는 일본 효고현의 다케다성(竹田城). 여름이면 잎이 무성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성터가 보이지 않게 돼 관광객들이 실망한다. 하지만 주변 산지의 소유자가 무려 142명이나 돼 벌채를 할 수도 없다고 한다.

흥미롭지만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 이 뉴스는 효고현 지방지 고베신문이 작성한 것으로, 지난달 말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의 ‘톱6’ 뉴스에 선정돼 초기화면에 노출됐다. 우리나라 포털뉴스 편집자라면 과연 이런 기사를 메인에 올렸을까 궁금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이 포털에서 대부분의 뉴스를 보는, 보기 드문 나라 중 하나다. 대표 포털이 모바일 초기화면에 주요 뉴스를 배치하는 것도 같다. 주요 언론사들이 “포털에 독자를 빼앗겼다” “포털 전재료가 턱없이 적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마저 똑같다.

이렇게 겉보기는 비슷하지만 네이버와 야후재팬의 뉴스 편집에는 차이가 느껴진다.

모바일 초기화면을 기준으로 할 때 네이버는 ‘톱5’에 정치 사회 경제 등 비교적 ‘딱딱한 뉴스’를 배치한다. 바로 아래 ‘실시간 검색어’가 자리하고 있다. 메인에 배치하는 기사는 통신사에서 송고한 것이 가장 많고, 오전에는 조간신문, 저녁 때는 방송사 메인뉴스가 차지한다.

야후재팬 역시 ‘톱6’의 최상단 2건 정도는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유명 신문사가 송고한 딱딱한 뉴스가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기사는 출처가 다양하다. 지역 언론사나 전문잡지, 온라인 매체, 심지어 전문가 개인이 쓰는 글도 톱6에 선정된다. 특정 이슈나 지역에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려는 편집자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느껴진다. 전문가 개인의 연재나 잡지의 최신 기사를 유료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좋은 기사를 뽑아 메인에 배치한다는 것은 그렇게 많은 매체가 보낸 기사를 편집자가 일일이 읽어보고 있다는 뜻이어서 놀랍다. 매체 입장에서도 차별화된 기사를 송고해야 주요 기사로 선정되니 더 분발할 것 같다. 실제로 일본 일각에서는 포털 뉴스 덕분에 주요 언론사들의 여론 과점이 깨졌고 다양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 포털 뉴스는 한 자리에 모아서 보는 편리함 외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가치를 제공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의 등장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거의 모든 매체들이 동시에 비슷한 내용으로 영양가 없는 기사를 공급하게 된 악순환의 시초였다. 언론사들은 더 좋은 기사를 쓰려는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더 빨리 ‘복사+붙여넣기’ 기사를 송고하는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야후재팬에도 실시간 검색어에 해당하는 서비스가 있지만 모바일 초기화면에는 없다. 또 키워드를 클릭하면 언론사 기사가 아니라 트위터 검색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언론사가 질 낮은 검색어 기사를 쓸 유인이 적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따른 댓글조작 논란과 이에 따른 포털사이트 뉴스서비스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자 네이버는 뉴스서비스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배경에는 네이버 뉴스서비스가 독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만둬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뉴스에 대한 네이버의 철학 부재와 언론사의 수치심 모르는 어뷰징, 그리고 그에 따른 독자의 미디어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네이버 뉴스의 질 저하를 가져왔고 결국 ‘모두가 진 게임’이 되고 말았다.

뉴스 플랫폼은 큰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하지만 철학이 필요한 서비스다. 언론사들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 좋은 보도를 하도록 유도하는 뉴스 플랫폼이 나올 순 없을까. 네이버가 ‘국내 최대 뉴스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한 이때, 그런 철학을 가진 주체가 운영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최진주 정책사회부 차장

네이버와 야후재팬 모바일 앱 초기화면. 둘 다 뉴스를 주요 콘텐츠로 배치하고 있으나, 네이버는 조만간 뉴스를 초기화면에서 제거할 예정이다. 양사 애플리케이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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