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추진 BH설득’ 문건서 민변 주장 증원론 조목조목 반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적극 찬성하고 그 대안으로 거론되던 대법관 증원론을 반대했던 속내 일부가 드러났다. 양승태 대법원은 대법관을 늘리는 경우 진보 성향 법조인들이 대법원에 입성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설득전략’ 문건에는 상고법원의 대척점에 선 대법관 증원론의 문제점을 어떻게 지적해야 하는지가 열거돼 있다. 상고심(3심) 사건이 연간 4만건 정도로 폭증한 현실을 두고, 상고법원 찬성론자들은 대법원 안에 별도로 단순 3심 사건을 재판하는 ‘상고원’을 두자고 주장하는 반면 대법관 증원론자들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수십명 수준으로 늘리자고 반박한다.

이 문건에서 당시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증원론 주장 세력의 의도를 간파할 필요가 있다”며 “(증원론을 주장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복심은 진보 인사의 대법관 진출”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이 증원되면 진보 성향 인사가 최고법원에 진출하는 교두보 확보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을 통해 참여정부 당시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 주장을 직접 언급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2008년 저서를 통해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면 (대법원 소부 소속의) 3명 중 적어도 1명은 소수자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는데, 법원행정처는 이를 두고 “상고법원 도입이 좌초되면 진보세력이 대법관 증원론을 강력한 대안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건은 대법관 증원론을 찬성하는 또 다른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주장을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이 심리하는 사건이 많을수록 변호사의 경제적 이익이 커진다”며 “국민을 위한 상고심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변호사 실리 확보에만 몰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관이 늘어나면 그만큼 대법관의 위상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담겼다. 문건에는 “대법관이 170명에 이르는 러시아 대법원은 평의가 아닌 투표로 판결한다는 웃음거리”가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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