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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리로 배 불리고도 금리 낮출 여력 없다는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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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리로 배 불리고도 금리 낮출 여력 없다는 저축은행

입력
2018.06.0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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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저축은행 수익지표 공개 초강수

평균 순이자마진 7% 달해

일부 저축은행은 최고 14%도

시중은행의 4~9배 폭리

당국 “소비자 판단 자료 공개”

일부선 “지나친 시장 개입”의견도

저축은행이 ‘이자 장사’로 거둔 수익률이 시중은행의 4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시중은행의 9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한 저축은행도 있었다. 고금리 신용대출에 매달려 지난해 사상 처음 순이익 1조원을 남기고도 “대출 원가가 높아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다”는 저축은행 업계의 논리에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고리 대출 영업 관행을 견제하기 위해 자금조달 비용, 대손(대출금을 떼임) 위험 등 저축은행이 주장하는 대출 원가를 반영한 실제 이자 마진을 이달 말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5일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7%로, 시중은행 평균(1.6%)의 4.4배였다. NIM은 금융기관이 대출영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이자 수입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뺀 순이자로 계산한 수익률이다.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오케이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은 NIM이 14%에 달했고, 업계 1위인 SBI(8%), 유진(구 현대ㆍ9%), JT친애(8%) 등도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저축은행의 NIM 수치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업계에선 대손 비용까지 차감한 순이자로 계산하더라도 저축은행의 NIM이 5%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손 비용은 금융사가 대출을 떼일 걸 예상하고 투입한 충당금으로, 저축은행 업계는 저신용 대출 고객이 많은 제2금융권 특성상 대손 비용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크다 보니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이러한 고금리 대출영업 논리가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본보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그간 감독 목적으로만 비공개 활용했던 저축은행 수익성 지표들을 이달 말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금리 결정은 금융사 자율 영역으로 당국이 개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저축은행이 수년 간의 당국 조치에도 고금리 영업관행을 개선할 조짐을 보이지 않아 고금리 실태를 공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리 산정에 개입할 수 없으니 점검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이달 말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만 선별, 일반 NIM은 물론이고 대손 비용까지 감안한 NIM도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출 원가가 높아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다는 저축은행의 주장이 사실인지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끔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매분기 저축은행의 영업실적만 공개하고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NIM은 공개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경우 일반 NIM은 공시하지만 대손 비용을 감안한 NIM은 감독 목적으로만 활용하고 공개하지 않는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진 않다. 한 대형 저축은행 임원은 “업계 스스로 대출금리를 내리는 추세인데 당국이 저축은행만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주장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임원은 “그간 저축은행의 고금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수년간 업계 스스로 금리산정 체계를 합리적으로 세워 운영하도록 시간을 줬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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