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론 비판 글 게재하기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회의 진통 결론 나지 않아 5일에 다시 열기로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분수령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하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국법관대표회의(11일)를 앞두고 법원 내부에서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강경한 주장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견ㆍ고참 법관들 사이에선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법관들 사이의 인식 차이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4일 사법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와 배석판사,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 판사, 인천지법 단독판사들은 각각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지난 1일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도 같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단독ㆍ배석판사들은 대체로 법원 경력 최대 15년차 이내, 40대 중반 이하의 연령대로 구성된다. 통상 판사 임용 후 지방법원 합의부 배석판사로 시작해 단독판사를 거친다. 특히 경력 10년 안팎이 주축인 단독판사들의 경우 과거 사법파동 때나 사법행정권 남용을 둘러싼 1, 2차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성명을 내며 법원 내 강경한 목소리를 주도해 온 그룹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한 단독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발 주체가 돼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데는 어렵지 않게 합의에 이르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정법원 단독판사들은 410개에 달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하라는 요구도 했다. 가정법원 한 판사는 “원문을 특별조사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공개 범위를 일반 국민 등 어디까지 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일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판사들의 강경한 기류와 달리 중견 이상 법관 태도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경력 20년 안팎 판사들로 구성된 지법 부장판사와 일반 기업으로 치면 임원급인 고법 부장판사 중에는 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판사들이 적지 않은 데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사법부 안정성에 무게를 두면서 후배 법관들과 인식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고법 판사(지방법원 부장급)들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수사 요구는 없어 단독ㆍ배석판사 결의와는 다소 결을 달리 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도 이날 판사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이 모이지 않아 5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법원이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 사태 수습 방안을 놓고 견해 차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신중론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5일 오후 4시 판사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법치 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 때로는 멈춤, 머무름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검찰 수사 강행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지법 부장판사가 이번 사태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부장 이상 판사들 사이에서는 특조단 차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는 등 여전히 법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지법 부장판사들까지 검찰 수사 요구에 힘을 실을 경우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날 것”이라며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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