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50명 결의문 인천ㆍ대구ㆍ제주지법 판사들도 수사 요구 서울고법 판사들 “재발방지 대책을” 의결 부장판사 이상 첫 입장… 수사 요구는 안 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선 판사들이 집단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를 잇따라 요구하면서 이달 중순 관련자 형사조치 여부 결정을 내릴 김명수 대법원장을 한층 압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4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재직 중인 단독판사 83명 중 참석자 50명은 “전임 대법원장 재임 때 사법행정 담당자의 권한 남용 사태로 재판ㆍ법관 독립의 국민 신뢰가 심각히 훼손된 데 깊이 우려하고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앞으로 수사와 그 결과에 따라 열릴 수 있는 재판에 엄정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전국 최대규모 법원 판사들의 이 같은 기류는 다른 지방법원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단독ㆍ배석판사 등 법관 20명(재직 28명)도 이날 연석회의를 열어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드러난 미공개파일 원문 전부(410개)를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조사단이 조사보고서에 문건 일부를 인용한 것만으로는 전모 파악에 한계가 있으니 원본을 다 공개하라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고발하든, 수사의뢰를 하든 검찰의 강제수사를 동원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천지법 단독판사 29명(재직 42명)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의뢰 등 법이 정하는 선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고, 대구지법 단독판사, 제주지법 단독ㆍ배석판사들도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반면 서울고법 판사(지방법원 부장급)들은 오후 9시까지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결했다. 부장판사 이상이 내놓은 첫 입장으로 단독ㆍ배석판사들과 달리 검찰 수사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단 결과 발표 뒤 지난 1일 일선 지법으로는 처음으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낸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에 이어 각 법원 판사들이 대체로 수사와 관련자의 형사 조치를 요구함에 따라 5일 열릴 사법발전위원회(교수 등 각계 외부인 참여)와 7일 전국법원장간담회,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각급 판사회의 등 의견수렴 관련 절차들이 진행되는데, 가감 없이 듣고 제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이 밀던 숙원사업(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해 청와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정권 구미에 맞게 협조해온 특정 판결(KTX 여승무원, 통상임금, 과거사인 긴급조치 국가배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이 적시된 문건을 공개했다. 대법원은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건 당사자 등은 실제로 재판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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