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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그 사람 이름을 되뇌이다 하얗게 지새우는 밤

입력
2018.06.03 18: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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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발표돼 히트한 이재성의 노래 ‘촛불잔치’의 노래 가사에 ‘그 사람 이름을 되뇌이다 하얗게 지새우는 밤’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노래 가사나 시어(詩語)에서는 박자나 운율을 맞추기 위해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되뇌이다’가 이런 예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해 말하다’는 의미의 동사는 ‘되뇌이다’가 아니라 ‘되뇌다’이다. ‘되뇌다’는 ‘한 번 한 말을 여러 번 거듭 말하다’는 의미의 동사 ‘뇌다’에 ‘다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되’가 결합한 말인데, 흔히 ‘되뇌이다’의 형태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

‘되뇌다’는 남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는 의미의 자동사이기 때문에 피동 접미사 ‘이’를 붙일 수 없다. 그런데도 불필요하게 ‘이’를 붙여 사용하는 예들에는 ‘마음이 설레이다’, ‘날씨가 개이다’, ‘빗속을 헤매이다’, ‘땀이 배이다’, ‘목이 메이다’, ‘불에 데이다’ 등이 있다. ‘설레다’, ‘개다’, ‘헤매다’, ‘배다’, ‘메다’, ‘데다’ 등으로 써야 맞다.

그럼 위의 노래 가사에서 ‘하얗게 지새우는 밤’은 바른 표현일까? 흔히 ‘지새는 밤’이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지새우는 밤’이 맞는 표현이다.

‘지새다’는 ‘밤이 새다’는 의미의 자동사로서 목적어를 취할 수 없다. 목적어를 취하기 위해서는 ‘지새우다’라는 타동사를 사용해 ‘밤을 하얗게 지새우다’로 써야 한다. ‘새다’와 ‘새우다’ 역시 ‘밤을 새다’는 틀리고 ‘밤을 새우다’가 맞는 표현이다.

다만 ‘해를 가리우다’, ‘샛별로 불리우다’, ‘잠을 못 자 졸리우다’ 등은 불필요하게 사동 접미사 ‘우’를 붙인 경우로 ‘가리다’, ‘불리다’, ‘졸리다’로 써야 맞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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