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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43% “고민 상담할 친구ㆍ이웃 없다”

입력
2018.06.08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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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인실태조사

6년 만에 18%p나 늘어나

경로당 이용률 23%... 크게 줄어

10명 중 2명은 우울 증상까지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복지회에서 노인들이 무료급식 식사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복지회에서 노인들이 무료급식 식사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길 원하지만 갈수록 고립돼 가고 있는 상태’.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가 그려낸 한국 노인의 모습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3년에 한 번씩 전국 1만여명의 65세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노인실태조사 결과는 흔히 태극기 집회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층적인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급격히 줄어든 노인의 인적 관계망이 눈에 띄었다. 2017년의 노인에게는 주변에 긴밀한 관계를 맺는 가족이 없었다. 노인 97.1% 이상에게 생존자녀가 있고, 84.7% 이상에게 형제ㆍ자매가 있지만 가깝게 지내는 친인척이 있는 노인은 절반 이하인 46.2%에 불과했다. 이는 2011년 54.4%에 비해서도 8%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노인에게는 동네 친구도 줄어들고 있었다. 친한 친구나 이웃이 있는 노인은 절반을 조금 넘긴 57.1%에 불과했다. 고민 상담을 할 친구가 없는 노인의 비중은 실태조사 때마다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11년에는 전체 노인의 3분의 2이상(75.2%)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있다고 답했다. 이것의 영향 때문일까. 전체 노인의 21.1%는 우울 증상을 갖고 있었다.

지역사회내 노인의 대표적인 소통의 장으로 꼽히던 경로당 이용률이 크게 줄어든 것도 눈에 띈다. 2017년 전국 경로당 이용률은 23%에 불과했다. 2011년 조사(34.2%)보다 11%포인트 줄었다.

노인들은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경로당 이용 노인과 맞지 않고(37.1%), 자신이 경로당을 이용하기에 젊음(29%)을 들었다. 다양한 프로그램 없이 비교적 단순한 동네주민 사랑방 역할을 담당했던 경로당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기자

한편 사회의 부담으로 여겨지고 싶지 않아하는 노인의 바람이 읽히는 지표도 있다. 대표적인 세대 갈등 소재로 다뤄지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의 경우 노인의 67.6%가 현행 유지에 긍정적이라고 답변했지만 부정적인 답변도 27.5%에 달했다. 현행 유지에 찬성하는 측도 ‘매우 동의’는 11.5%, ‘동의하는 편’이라는 답변도 55.9%로 소극적 찬성이 우세했다. 반면 부정적이거나 중립이라고 답한 노인들 가운데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86.6%가, 지하철 운임을 일부 본인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67.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지난 10년간 글을 모르는 무학 비중이 급격히 감소(2008년 15.3%→2017년 6.7%)하고, 중고등학교 졸업 학력자 비중도 34.2%에 달하며, 운전하는 노인도 2011년 12.2%에서 2017년 18.8%로 증가한 것은 현재의 노인이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사회참여를 추구할 수 있다는 지표로 읽을 수 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의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진단해 본 결과 내재하고 있는 노인의 욕구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세대 노인의 생애사적 경험 때문에 개인의 욕구 자체가 없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참여기회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구술생애사를 통해 베이비붐 세대(한국에서 1955년~1963년 태어난 세대)의 노년 준비를 연구한 고영직 문화평론가는 “일본에서는 ‘나이듦을 향해간다’는 뜻의 ‘향로(向老)학회’가 활발히 활동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나이듦에 저항’(抗老)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노인의 내면을 가꾸는데 약해 세대갈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 빈곤과 불평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가족의 지원 감소, 비정규직 증가 등 노동시장의 세분화와 함께 1980년대 복지정책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장애인, 빈곤층, 노인 등에게 선별적, 수혜적으로 이뤄진 점을 꼽는다. 박 교수는 “1980년대 초반 만들어진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사회참여를 강조하기보다 노인을 쇠퇴한 인구로써 보호받아야하는 이미지를 조장했다. 당시 만들어졌던 각종 무료티켓 등의 혜택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도 이제 냉소적이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후로도 노년 문제를 보편적인 복지의 권리가 아닌 ‘효’의 측면에서만 이야기하는 흐름이 이어졌다”며 “19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압력에서 노인 세대 안에서도 계층화가 심화되고 건강 중심의 노년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정상적인 노화의 인식도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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