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ㆍ염동열 이어 권성동까지 방탄국회 관행에 비난 목소리 “기명투표로 표결” 법안 개정을
염동열(맨 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과 홍문종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선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홍문종ㆍ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자유한국당이 6월 임시국회 소집으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국회가 불체포특권의 그늘에 숨어 제 식구를 감싸는 방탄국회 관행이 되풀이되면서 차제에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 제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이 같은 불체포특권은 과거 독재시대 부당한 탄압에 맞서 의원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도 헌법에 불체포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범죄 혐의의 경중과 상관없이 정치적 잣대에 따라 불체포특권이 악용된다는 점이다. 체포동의안이 어렵사리 본회의에 상정돼도 의원들이 익명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누가 반대했는지 알 길이 없고, 자연히 부결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 결과 제헌국회 이후 20대 국회 현재까지 제출된 체포동의안 61건 가운데 실제 집행된 경우는 13건(21%)에 그쳤다. 반면 16건이 부결됐고, 나머지 32건은 철회되거나 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이 과정에서 불체포특권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한 꼼수도 동원된다. 회기 종료와 동시에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것이다. 이번 6월 국회가 단적인 예다. 한국당은 임기가 끝난 의장단 선출에는 시큰둥하며 국회를 공백 상태로 남겨놓았으면서도 발 빠르게 회기를 연장했다.

외국에서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축소해나가는 추세다. 미국 연방헌법 제1조는 반역죄, 중죄, 공안을 해하는 죄 외에는 상ㆍ하원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우리의 경우처럼 폭넓게 불체포특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모든 형사 범죄에는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실제로는 불체포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회기 여부와 상관 없이 22명으로 구성된 의장단의 동의를 거치면 의원을 체포할 수 있다.

의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짬짜미를 조장하는 사례는 더욱 흔치 않다. 미국은 예외 없이 하원에서 실시하는 표결을 모두 공개한다. 영국, 독일, 일본 역시 의장을 선출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비밀투표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불체포특권 규정이 한국과 흡사한 일본의 경우 1948년부터 2004년까지 체포동의안 통과율은 90%(20건 중 18건)에 이른다. 2002년 6월 북방영토 지원사업 이권 개입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중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여야 만장일치로 가결되기도 했다.

앞서 국회는 2016년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첫 보고된 후 72시간 내에 표결하지 않는 경우 그 이후에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하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남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노력을 했다. 하지만 홍문종ㆍ염동열 의원 경우처럼 의원들의 온정적 표결 경향이 여전하고, 권성동 의원 경우처럼 본회의 날짜를 늦출 경우 체포동의안 처리가 하릴없이 늦어질 수 있다.

여론의 눈총과 비난이 거세지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선출 외에 모든 표결을 기명으로 바꾸는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은 여기에 더해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받은 때로부터 7일 내 표결하지 않으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부결 시 판사가 당해 회기가 끝난 후 영장 발부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4년 전 19대 국회 때도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투표로 전환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됐지만 이내 뒷전으로 밀려 폐기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 개정이 최선이지만 전례에 비춰 상임위 논의에도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국민과 언론이 국회 견제를 강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