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돌이프로덕션 팀원인 이진호(왼쪽부터), 최호진, 박인영, 이수현씨가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 39동 앞에서 직접 만든 발명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숲 속에서 숨을 쉬는 기분이에요. 공기가 맑고 쾌적하네요."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국군 병사들이 쓴 거대한 헬멧. 이를 흉내 낸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공기청정용 헬멧이 등장했다. 일명 ‘스톰트루퍼 공기청정 헬멧’이다. 스톰트루퍼는 스타워즈의 제국군 병사를 이르는 말이다.

재미있는 모양에 눈길이 가는 이 헬멧은 0.3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7%까지 걸러주는 13급 헤파(HEPA) 필터가 장착돼 있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깨끗하게 걸러주도록 개발됐다. 또 더운 여름에 써도 문제 없도록 냉각 팬이 장착돼 헬멧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흘러 나온다.

콩돌이프로덕션의 이수현씨가 '스타워즈 공기청정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콩돌이프로덕션 제공

인터넷에서 열광적 반응을 얻은 이 헬멧을 만든 주인공은 각 대학의 공대생들이 모인 스타트업 콩돌이프로덕션이다. 헬멧을 만든 박인영(27ㆍ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 박사과정), 이수현(24ㆍ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이진호(24ㆍ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최호진(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씨를 지난 29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 39동에 있는 콩돌이프로덕션 작업실에서 만났다.

쓰고 다니는 공기청정용 헬멧 개발

"사회문제인 미세먼지를 공학을 이용해 폼 나게 해결하자.” 팀에서 발명 콘텐츠 기획을 맡고 있는 이수현씨는 시판중인 미세먼지 마스크들이 불편하고 멋있어 보이지도 않아 이를 해결하고자 헬멧 아이디어를 냈다. 이씨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5월 3일 이색 공기청정용 헬멧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팀에서 하드웨어 제작을 맡고 있는 이진호씨는 ‘공대생은 멋이다'라는 팀의 모토를 살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스톰트루퍼 헬멧을 모델로 삼았다. 이들은 이 헬멧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방독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공기 정화에 자신 있다는 소리다.

이들은 직접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로 헬멧의 외형을 만들었고, 가정용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소형 13급 헤파 필터를 구입해 장착했다. 이진호씨는 “헬멧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헤파 필터를 구하느라 오래 걸렸다”며 “입 부분에 장착된 필터는 시중에서 별도로 구매해 6개월에 한 번 교체해 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머리에 쓰고 다닐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만든 셈이다.

헬멧 내부 화면에 표시된 미세먼지 농도 수치. 콩돌이프로덕션 제공

헬멧 내부의 전방표시장치(Head Up Display∙HUD)에 외부 공기 오염을 알 수 있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연결해 대기 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헬멧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30㎍/m³ 이하'면 화면에 '파인(FINE)'이라는 표시가, '31~50㎍/m³' 이하면 '노멀(NORMAL)', '51~75㎍/m³' 이하면 '배드(BAD)', '76㎍/m³ 이상'이면 '테러블(TERRIBLE)'이라고 표시된다.

이들이 만든 헬멧을 기자가 직접 써봤다. 헬멧을 쓴 순간 공기청정기를 코 앞에 켠 것처럼 쾌적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고 냉각 팬에서 시원한 바람까지 흘러나와 마치 숲 속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야가 답답해 걸어다니기 힘들고 검은 색안경을 낀 것처럼 세상이 어둡게 보이는 한계가 있다.

동영상 보기☞

미세먼지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려는 이들의 개발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이들이 서울대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지난 16일 올린 헬멧 사진과 개발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익명의 이용자는 "스톰트루퍼 헬멧이 독가스는 막지 못하던데 미세먼지는 막나 보다", 또 다른 이용자(별명 '계**')는 "헬멧 파실 생각 없나요?" 등의 댓글을 달며 관심을 보였다.

콩돌이프로덕션은 아직까지 헬멧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 대신 이수현씨는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수 있는 자작(DIY) 도구를 교육 스타트업 수달공방과 함께 제작 중"이라며 "올해 안에 중ㆍ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보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학 메이킹 미디어' 확산을 위한 스타트업
헬멧 내부 화면에 표시된 미세먼지 농도 수치. 콩돌이프로덕션 제공

콩돌이프로덕션은 공대생들이 얼마나 유쾌한 일을 할 수 있는 지 보여주기 위해 공학 메이킹 미디어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다. 공학 메이킹 미디어란 공학을 이용해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개발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널리 활성화돼 있다.

공학이라는 학문에서 사회문제를 떼어내고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스타트업의 출발점이됐다. 이수현씨는 “공학은 애초에 과학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학문"이라며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공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의 경우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대책 해결을 촉구하는 글에 27만명 이상이 동참할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공학을 이용해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즉 공학 메이킹 미디어의 확산이다. 그런 점에서 이수현씨는 국내에 ‘차고(車庫) 문화’가 없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는 "미국의 유명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차고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물건을 만들어 성공했다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사람들이 자동차를 고치다가 문득 '이런 거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무엇인가 만들고, 자녀들에게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땅이 좁아 차고 있는 집이 많지 않은 만큼 콩돌이프로덕션처럼 누군가 공학 메이킹이 확산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본다.

동영상 보기☞

이수현씨에게 콩돌이프로덕션의 차기 개발작 계획을 묻자 "비밀"이라며 웃었다. 그는 "게임 '오버워치'에 나오는 아이템 '토르비욘 포탑'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크기(일명 '실사판')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게임 속 아이템을 실제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르비욘 포탑은 게임 속에서 어떤 물체를 발사하는 대포 같은 장치다. 이를 응용한 이 장치는 두 사람이 스펀지 공을 발사하며 탁구처럼 공놀이를 하거나 컵에 명중시키는 게임을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 공학 메이킹 미디어를 꿈꾸는 콩돌이프로덕션은 한국인 감성을 차별화 요소로 본다. 이씨는 "동양인들은 좀 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것들을 서양인보다 잘 만들 수 있다”며 “공학 메이킹계의 한류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황수정 인턴기자

사진ㆍ영상=박은하 인턴PD, 정대한 인턴PD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