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많다. 촛불정국과 현 정부 출범 이후 분권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자치와 분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통령 발의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은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이 자치분권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치분권시대 지역방송의 역할은 무엇일까? 방송프로그램 제작과 콘텐츠는 어떠해야 할까? 지역방송이 많아지고, 지역 콘텐츠가 많아지면 되는 것일까?

최근 지역 케이블방송과 지역 주체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방송에서 그 방향성과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케이블TV 티브로드가 협력해 추진한 ‘우리동네 선거방송’ 프로젝트다. 현재 서울 광진구와 전북 전주시에서 시범 진행 중인데, 특히 마을미디어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광진구에서는 광진마을미디어활동가모임과 동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 전주에선 전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가 참여했다.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그간 선거에서 주요 언론에서 배제되거나 소홀히 다뤘던 기초ㆍ광역의원에 대한 정보 제공과 검증, 정책 제안, 토론회 등을 다룬다. 전주에선 주민 의견을 모아 ‘유권자 의제 토론회’를 방송했다. 5월 27일에는 ‘광역 제8선거구’와 ‘기초 카 선거구‘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진행했다. SNS를 통해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아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담은 ‘찾아가는 시민마이크’ 영상도 방영했다. 광진구에선 주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직접 이야기하는 ‘후보자에게 한마디’ 영상을 제작했는데, 마을공동체 청소년 주거 지역상권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향후 광진구 기초의원 라 선거구 토론회와 광역의원 4선거구 토론회도 지역 채널과 SNS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아직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실험이지만, 분권시대 지역방송의 역할과 관련해 ‘우리동네 선거방송’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크다. 먼저 지방분권시대 지역밀착형 방송의 가능성이다. 그간 지역방송은 중앙 이슈에 함몰돼 왔으며, 중앙방송 콘텐츠의 중계소로 유지돼왔다. 이런 한계는 방송환경 변화와 더불어 지역방송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지역방송, 특히 케이블방송이 지역밀착형 매체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지역방송과 지역주민 간의 역할관계 설정이다. 이번 방송은 기획과 실행 모두 지역민의 주도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방송사와 쌍방향 소통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지역방송에서 지역민은 배제되거나 수동적 존재로 여겨졌다. 지역방송이 지역민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일방적 관계였다. 방송사들은 지역방송에 자원을 많이 투여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지역주민에 다가가는 길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 시청자인 지역주민은 일방적 수용자에 머물러 있지 않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달라진 방송환경, 특히 분권시대에 지역방송은 지역민의 참여와 협력 모델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일각에선 지역방송 무용론도 나오지만, 분권시대 지역방송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분권의 핵심은 지역의 권한, 지역주민의 주체적 참여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지역과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지역방송이 그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지방자치가 도입되면서 추진됐던 지역방송의 양적 확대와 자원 분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정책과 함께 지역민의 주체적 참여와 협력이 지역방송의 미래를 보장하는 핵심이라는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성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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