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가 사는 세상] 조원진 실장이 공개한 '미공개컷'

영화 한 편당 스틸 사진 촬영 분량은 5만 컷이다. 홍보나 마케팅용으로 쓰이는 사진은 그 중 최대 100컷뿐. 관객이 보지 못한 사진은 무려 4만9,900컷이다. 그래서 영화 스틸 사진가 조원진 실장의 하드를 털었다. 조 실장이 한국일보에만 공개한, 그 사진들이다.

“영화 ‘군도’ 촬영 중 이경영(오른쪽)이 극중 도치(하정우ㆍ왼쪽)의 가발을 쓰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연출하자 배우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배우들만 탄 나룻배에 살짝 동승해서 촬영했다.”

“하정우는 항상 유머러스하다. 그의 넉살과 장난 덕분에 촬영장엔 늘 활기가 돈다. 영화 ‘군도’ 촬영장에서.”

“영화 ‘군도’는 혹시 모를 부상을 우려해 말 타는 장면을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카메라를 부착한 촬영 전용 슈팅 카 장비가 고장 나 긴급하게 트럭을 대체 투입했는데 운 좋게도 그 트럭에 함께 탈 수 있었다. 덜컹거리는 트럭 위에서 사진을 찍기 쉽지 않았다. 흙먼지에 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사진. 103회차 대장정이 이 사진으로 마무리 됐다.”

“영화 ‘남과 여’ 촬영지인 핀란드 숲 설원에서 공유가 하늘에 눈을 뿌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다.”

“영화 ‘남과 여’ 촬영 중 전도연이 스틸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시간을 내줬다. 캐릭터의 감정과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표현해 준 배우에게 고맙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사진이다.”

“영화 ‘싱글라이더’는 호주 멜버른 그레이트 오션로드 절벽에 외롭게 서 있는 이병헌의 모습에서 영화가 끝난다. 자연의 장엄함을 몸소 경험한 촬영이었다.”

“송강호의 웃음은 최고의 피사체다. 그는 촬영 전에 늘 유쾌한 장난으로 긴장을 풀곤 한다. 영화 ‘밀정’ 촬영장에서.”

“영화 ‘택시운전사’는 푹푹 찌는 한여름에 촬영했다. 이날도 무척 더웠다. 송강호가 촬영 중간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 캬~ 하고 소원이 없겠다’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영화 찍는 중에도 사진에 대해 묻곤 했다. 지난해 여름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크레취만이 ‘요즘 주변 사진가들을 찍고 있다’며 나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이후 배급사를 통해 이 사진을 보내왔다. 특이하고 감격스럽고 고마운 사진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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